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 대사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출신인 스콧 와이트먼 영국 대사는 싱글몰트 위스키 한잔으로 하루의 피로와 긴장을 푼다. 그는 “종류별로 다른 향, 색, 풍미를 느끼는 것도 위스키를 마시는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더 라운지’에서 만난 스콧 와이트먼 영국 대사는 우리말로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지난해 11월 한국에 부임한 와이트먼 대사는 올해 누구보다도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여왕 즉위 60주년, 런던 올림픽, 제임스 본드 탄생 50주년, 비틀스 결성 50주년까지 한국에 ‘모던한 영국’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기념행사가 많았다. 런던 올림픽 개막 전에 열린 100일 동안의 한류 축제까지 포함해 올해는 한영 관계가 돈독해진 한 해였다.
쉴 틈 없이 바쁜 일정이지만 그에게는 하루의 긴장을 풀어주는 ‘한잔’이 있다. 고향의 향 스카치위스키다. 실제 그는 스코틀랜드가 고향이다. 에든버러에서 자라고 공부했다.
와이트먼 대사는 테이블 위에 놓인 싱글몰트 위스키(한 증류소에서 나온 몰트 위스키) 두 잔의 향을 비교해 보라고 권했다. ‘싱글톤’과 ‘발베니’였다. 위스키에 문외한인 사람이 맡아 봐도 각각 다른 느낌이 있었다. 그는 스카치 싱글몰트 위스키의 매력을 ‘섬세함(subtlety)’으로 표현했다. 미묘하고 복잡한 싱글몰트 위스키만의 풍미 때문이다.
그가 좋아하는 또 다른 싱글몰트 위스키는 ‘탈리스커’. 싱글톤과 발베니가 스코틀랜드 동쪽의 스페이사이드 지역 위스키라면 탈리스커는 서해안의 스카이 섬에서 난다.
와이트먼 대사는 “스카이 섬의 지층에는 피트(이탄)가 많은데 이 사이를 흐르는 물로 위스키를 만들면 이탄의 강한 향을 느낄 수 있다”며 “싱글몰트 위스키는 생산 지역뿐 아니라 얼마나 오래 오크통에 있었는지에 따라 향과 풍미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원래 물처럼 투명한 위스키가 오크통에서 숙성되면서 특유의 황금색이 나오기 때문에 종류별로 다른 색깔을 보는 것도 위스키를 마시는 즐거움 중 하나다.
와이트먼 대사가 즐겨마시는 싱글몰트 위스키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와이트먼 대사의 또 다른 취미는 블로깅이다. ‘스콧의 한국이야기 플러스’ 블로그의 글들을 영어로 직접 쓰면 대사관 직원들이 한국어로 번역해 올린다. 한국의 대통령선거에 대해서는 ‘한국 정치의 하루는 영국의 한 달과 비슷하다고 들었는데 이제 그 말이 이해가 된다’고 쓰기도 했다.
여행기도 담겨 있다. 가족과 함께한 경주 여행기에는 맛있는 쌈밥집 이야기와 아름다운 단풍,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먹은 춘천 닭갈비 이야기가 나온다. 와이트먼 대사는 “사람들이 블로그를 통해 모던한 영국에 대해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해에는 더 바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2013년은 한영 수교 130주년, 한국전쟁 휴전 60주년 등 한영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바쁜 해가 될 것”이라며 “내년 2월에 영국 회사들을 대상으로 한국에서의 사업 기회를 홍보하는 행사를 열 예정이다. 한국 회사들이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2500억 파운드 규모의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것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 그리고 더 많은 한국의 뛰어난 학생들이 영국의 세계적인 대학에 들어가도록 하고 싶고, 무엇보다 더 많은 한국인들이 환상적인 싱글몰트 위스키를 맛보게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