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캠프 해단식
패자의 미소… 캠프의 눈물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자원봉사자를 안아주고 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박영선 상임선대본부장(왼쪽 아래)은 눈물을 흘렸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대선 패배가 확정된 19일 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평상심을 잃지 않았다. 표정도 어둡지 않았다. 그는 “박근혜 당선인이 국민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펴주실 것을 기대한다”며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에 모인 참모들과 지지자들은 문 후보의 ‘패배 연설’을 지켜보며 일제히 울음을 터뜨렸다.
문 후보는 깨끗이 패배를 인정했다. 오히려 그는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다. 저의 실패이지 새 정치를 바라는 모든 분들의 실패가 아니다”라며 지지자들을 위로했다. 문 후보의 ‘아름다운 승복’이 이번 대선을 진정한 축제의 장으로 만든 순간이었다.
문 후보는 마음을 다잡으려는 듯 연설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문 후보는 “마지막에는 분위기도 놀랄 정도로 좋아졌고 여론조사상으로도 그런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에 기대를 했다가 그만큼 더 아쉬움이 큰 것 같다. 저도 아쉽다”며 “결국 2% 정도 부족한 차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의 부족함 외에 친노(친노무현)의 한계일 수도 있고, 민주당의 한계일 수도 있고, 진영의 논리에 갇혀 중간층의 지지를 좀 더 받아내고 확장해 나가지 못한 부족함일 수도 있고, 바닥 조직에서 부족하고 빈틈이 많아 공중전에 의존하는 선거 역량의 한계일 수도 있다”고 자성했다.
문 후보의 앞길은 밝지 않다. 당장 거세게 밀어닥칠 친노 책임론 등으로 그가 이끌던 민주당은 분열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승복’으로 그의 정치적 자산은 보다 탄탄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패배의 원인을 상대방이나 외부로 돌리지 않고 스스로 온전히 떠안는 모습을 통해 패자가 5년 내내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과거의 구태를 끊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문 후보 캠프 해단식은 정세균 상임고문과 김부겸 박영선 이인영 공동선대본부장 등 캠프 관계자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30분간 진행됐다.
손 고문은 최근 측근들과의 모임에서 “지금 같은 정치 행태로는 안 된다”며 “경선 기간에 내세운 ‘저녁이 있는 삶’이 슬로건으로 끝나지 않도록 공부를 좀 하고 오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배사로는 ‘새로운 정치를 위하여’라고 외치며 정치재개의 의지를 보였다.
길진균·이남희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