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2> 외교안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2·17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둔 유세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이같이 압박하며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공개를 촉구했다. 박 당선인이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대화록 공개를 계속 추진할지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 향방을 결정하게 될 첫 테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하지만 공개할 경우의 부담이 앞으로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 시험대에 오르는 대북정책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이 안보와 억지력을 중시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어 이명박 정부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서울과 평양에 남북교류사무소를 설치해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은 계속하겠다고 밝히는 등 현 정부보다 유연한 게 사실이다.
박 당선인의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한 윤병세 서강대 교수는 “신뢰 프로세스의 초·중기 단계까지는 비핵화와 연계되지 않는 상호 호혜적 분야의 협력이 중심이 될 것”이라며 “이런 남북 교류와 함께 국제 공조의 투 트랙으로 관계 개선을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핵·개방 3000’ 정책을 밀어붙이다 5년 내내 남북관계 경색을 풀지 못했던 이명박 정부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과거 정부들의 실패를 바탕으로 ‘정(正)-반(反)-합(合)’의 변증법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앞으로 박 당선인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 합의를 모두 부정하기보다는 시차를 두고 경중을 따져 진행할 것”이며 “5·24 조치는 남북교류 확대, 개성공단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융통성 있게 풀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박 당선인은 어느 대북 전문가 못지않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2002년 5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했다. 이어 재임 중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만나게 되면 북한의 부자(父子) 지도자를 모두 만나게 되는 첫 대통령이 된다. 박 당선인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라면 북한의 지도자와도 만나겠다”고 밝혀왔다.
대외적으로 박 당선인의 취임을 전후해 동북아 지역의 갈등이 고조될 소지가 크다. 우경화 공약을 내걸고 총선에서 압승한 일본 자민당은 한국의 대통령 취임식 사흘 전인 내년 2월 22일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 행사를 지방 행사에서 정부 공식 행사로 승격시키겠다고 밝혔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영유권을 둘러싼 중일 갈등이 일촉즉발의 무력충돌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 여기에 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 한국은 주요 2개국(G2)의 중간에 끼여 어정쩡하게 눈치만 보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은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균형외교’를 공언해 왔지만 이를 구체화할 청사진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찰떡공조를 과시했던 한미관계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민감한 문제들이 양국 정부 앞에 놓여 있어 얼굴을 붉히는 협상을 피하기 어렵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한미관계가 ‘이보다 좋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좋았지만 양국 간 이슈들을 냉정하게 따져보면 앞으로는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사상 첫 여성 군 통수권자의 리더십
군 안팎에서는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뼈대로 한 국방개혁안에 대해 박 당선인의 외교안보 참모진 사이에 부정적 의견이 많아 원안대로 추진되기 힘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전시작전통제권의 차질 없는 전환을 위한 한미 연합군사조직 신설과 차기전투기(FX), 대형 공격헬기 도입사업 등 10조 원대 무기 도입사업도 박 당선인이 떠안아야 할 과제다.
이정은·장택동·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