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선인 첫날 행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남긴 글.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0일 오전 8시 45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나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환한 표정으로 지지자들과 취재진에게 이렇게 인사를 건넸다. 검은색 정장에 검은 패딩점퍼를 입고 선거기간 내내 풀지 않았던 빨간색 목도리 대신 회색 목도리를 두른 모습이었다.
○ 첫 일정은 국립현충원 참배
박 당선인은 경찰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오전 9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도착했다. 정몽준 황우여 김성주 이인제 공동선대위원장 등 선대위 주요 인사들과 함께 현충탑에 헌화 및 분향을 하고 묵념을 올렸다. 방명록에는 ‘새로운 변화와 개혁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박 당선인은 오전 10시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어 선대위 관계자 50여 명과 오찬을 한 자리에서 “선거를 정치공학과 전략적으로 하라는 (주변의) 얘기를 듣지 않았다”며 자신이 내놓은 대선공약이 ‘진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사람들을 만날 때 그들의 눈을 똑바로 보면 저를 사랑하는 진심이 느껴져 목이 메었다”면서 “저는 그것이 국민에게 진 빚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것을 갚아드리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오후엔 당사 2층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선대위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자리에서 박 당선인이 대통령 당선증을 들어 보이자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이 양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브라보! 브라보!”라고 탄성을 질렀고 참석자들은 활짝 웃으며 기립박수를 쳤다. 선거운동 기간 금주를 선언했던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지금 이 시간부터 공식적으로 금주령을 해제하겠다”라고 선언해 폭소도 터져 나왔다.
박 당선인은 “우리가 약속드린 대로 국민대통합과 국민행복 두 가지만 머리에 담고 나아가야 한다”라면서 “그렇게 나아갈 때 정쟁이나 사적인 생각을 갖고 어떤 일을 도모하는 등의 일은 끼어들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야당에 대해선 “우리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의 마음을 잘 챙기고 담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며 “앞으로 야당을 소중한 파트너로 생각해 국정 운영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대사와 연쇄 면담을 갖고 한반도 주변 정세와 정부 간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박 당선인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동북아 안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주변 4강의 협력과 공조가 긴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당선인은 성 김 미국대사와의 면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께서 축하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드리며 11월에 압도적으로 재선에 성공하신 것도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성 김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도 박 당선인을 뵙기를 무척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신썬 중국대사는 면담에서 박 당선인을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중국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중국의 언어 철학 사상에 대한 연구도 깊다”고 평가했다.
벳쇼 고로(別所浩郞) 일본대사는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이 여당이 돼 26일 총리가 선출될 것 같다. 새 총리와 박 당선인께서 더욱더 일한관계를 강화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콘스탄틴 브누코프 러시아대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한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