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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칼럼/이한솔]살(living) 곳을 위한 청춘들의 몸부림

입력 | 2012-12-21 03:00:00


이한솔 연세대 3학년 민달팽이 유니온 운영위원장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이들이라면 누구나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는 꿈을 꿨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서울의 대학에 진학한 청년들의 실상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 특히 주거 문제는 이들이 현실에서 직면하게 되는 대표적인 어려움이다.

월 40만∼50만 원에 창문 하나 없는 고시원 방,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친구 둘이 25만 원씩 내며 곱등이와 함께 거주하는 반지하 방, 최저 주거기준도 보장받지 못하는 5m²(약 1.5평)의 옥탑방 등 서울에서 독립해 살아가야 하는 청년에게 주어진 공간은 대부분 이런 수준이다.

학교 졸업 후 직장을 얻은 후에도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 1000만 명이 산다는 서울에서 20, 30대는 330만 명 정도 된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집을 찾아 헤매는 ‘민달팽이’들이다. 민달팽이란 일반 달팽이처럼 집을 가지지 못한 달팽이를 말한다. 집이 없는 민달팽이는 부모에게서 독립한 후부터 제 집을 찾지 못해 배회하는 우리 청년들을 닮았다.

높은 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서울은 온통 아파트와 주택들로 가득 차 있다.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고, 미분양 집들이 넘쳐나는데도 청년들이 살 집은 많지 않다. 누군가는 너무나 비싼 가격 때문에 들어갈 방을 찾지 못해 배회하는데 또 다른 누군가는 10∼20년을 벌어야 구입할 수 있는 집을 수십 채 혹은 수백 채를 소유하고 있다. 빈 공간들이 남아돈다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낭비 아닐까.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 삶에 필수적인 주거 공간을 제대로 마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물론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집을 소유한 청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를 포함한 지금의 20, 30대가 자기 소유의 집이 없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되길 요구하는 것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고통을 참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해결책이 없지 않다. 우선 기숙사를 충분히 짓는 것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대학들이 다른 시설에 투자하는 것만큼 기숙사에도 관심을 기울인다면 학생들은 주거권을 우선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그리고 정부 등 공공의 영역에서 일정량의 주택을 제공하고, 자취방과 하숙방 주인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임대하도록 제도를 만들 수도 있다.

이 같은 주장은 결코 허무맹랑한 꿈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청년이 모여서 하나하나 바꾸어 나가고 있다. 어떤 젊은이들은 스쾃(squat·주거를 목적으로 버려진 빈 건물이나 공간을 점거하는 행위)을 소재로 한 ‘친절한 미분양’이라는 영상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유튜브를 통해 청년 주거 문제를 재미있게 알리고 있다. 내가 속한 청년 주거운동 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이나 서울시내 10여 개 대학이 연합한 ‘대학생 주거권 네트워크’는 다양한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모으며 대학생 임대주택,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세임대주택 등의 제도적 측면을 고민하고 각 학교에 기숙사가 확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서 우리 부모 세대는 집을 사고파는 재화로 여기며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렸다. 하지만 집이란 재화이기에 앞서 삶의 공간이다. 즉, 집은 사는(buying) 것이 아니라 사는(living) 곳이 되어야 한다. 비단 청년 세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대가 주거권을 보장받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해 본다.

이한솔 연세대 3학년 민달팽이 유니온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