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 떨어뜨려 수출 확대”… 만성 디플레이션 탈출 승부수
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자민당으로 정권이 바뀐 일본이 맞을 경제 사회 변화의 키워드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민주당은 2009년 총선에서 각종 복지 공약을 내놨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비정규직이 급격히 늘고 소득 격차도 확대됐을 때 민주당은 복지 공약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그 덕분에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고속도로 무료화, 어린이 1명당 매월 2만6000엔(약 33만2000원) 지급, 최저 월 7만 엔의 보장연금 실현 등 대부분의 복지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국민의 실망도 컸다.
시중에 엔화를 대량으로 풀면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다. 기업의 수익이 늘어나면 임금이 오르게 되고, 임금이 오르면 일반인의 소비가 늘어난다. 기업도 투자를 늘린다. 이를 통해 10년 이상 이어진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난다는 논리다.
아베 총재는 나랏돈을 푸는 재정지출과 일본은행을 통한 금융정책을 병행하기로 했다. 아베 총재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그 규모는 약 10조 엔(약 128조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은행은 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국채 등 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자산매입기금을 91조 엔에서 10조 엔을 더 늘리기로 했다. 일본은행이 이례적으로 9월과 10월 약 10조 엔씩 연달아 증액했는데 또다시 10조 엔을 늘리기로 한 것은 아베 총재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원전 정책도 방향전환이 예상된다. 민주당 정권은 ‘2030년까지 원전 제로(0)’를 내걸었지만 자민당은 총선 승리 후 “점진적으로 원전 의존도를 줄인다”고 밝혔다. 이는 ‘폐지’보다는 ‘유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지금까지 자민당은 산업계의 요구에 맞춰 원전 유지에 우호적이면서도 선거 때만 표를 의식해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