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사전에도 없는 말이 무수히 등장했다 사라진다. 재치와 해학을 담은 표현도 있지만 억지 춘향 격의 신조어도 보인다. 그동안 회자된 단어를 돌아보면 한국 사회의 세태가 얼추 그려진다. 올해 유행한 말 중 ‘멘붕’(멘털 붕괴)이 빠질 수 없다. 황당하고 충격적 일을 겪어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것을 뜻한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 말이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멘붕 스쿨’ 코너가 인기를 모으더니 8월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네거티브에 너무 시달려 멘붕이 올 지경”이라고 발언할 만큼 일상어로 떠올랐다.
▷영어사전을 펴내는 영국의 콜린스사는 올해의 신조어 12개를 최근 공개했다. 홈페이지에 접수된 7400개 신조어 중 1∼12월의 이슈를 표현한 단어를 선정했다. 2월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의 레드 카펫에서 앤젤리나 졸리는 드레스 사이로 허벅지를 노출하는 자세로 인터넷을 달궜다. 이후 ‘앤젤리나 졸리의 오른쪽 다리’라는 트위터 계정이 생겼고 ‘다리 폭탄’이란 단어가 탄생했다. 베스트셀러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별칭 ‘엄마들의 포르노’와 ‘강남스타일’은 4월과 11월의 단어에 올랐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