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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U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나도 아빠처럼 용감한 경찰관이 될래요”

입력 | 2012-12-22 03:00:00

■ 경찰청, 순직경관 자녀에 장학금 전달식




김기용 경찰청장이 21일 순직 경찰관 유가족을 경찰청에 초청해 장학증서를 전달했다.이날 행사에서 순직 경찰관을 기리는 4분짜리 동영상이 상영되자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경찰청 제공

분홍색 잠바를 입은 소녀는 테이블에 놓인 ‘김남훈 경사 유가족’이란 표찰을 신기한 듯 만지작거렸다. 2009년 1월 서울 용산 철거민 진압 작전 중 순직한 김남훈 경사(당시 31세)의 딸 가희 양(10)이었다. 가희 양은 21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순직 경찰관 유자녀 장학증서 수여식’에 어머니 유모 씨와 함께 참석했다. 순직 경찰관의 초등학생 자녀 37명에게 장학금을 전하는 행사였다.

3년 전 김 경사 영결식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가희 양은 이날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단상에 올랐다. 어머니 유 씨는 당시 유치원생인 가희 양에게 차마 비보를 전하지 못했다. 사고 후 4년 가까이 흐른 지금 가희 양은 한결 밝은 표정이었다. 김기용 경찰청장에게 장학증서를 받으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유 씨는 “아빠를 워낙 좋아했던 아이라 걱정이 컸는데 아빠가 묻힌 현충원에 자주 가다 보니 현실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며 “아빠가 많은 사람에게 존경받는 분이라는 걸 몸으로 실감하는 것만으로 아이에게 좋은 생일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가희 양의 생일은 일주일 뒤인 28일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 경사 유가족뿐 아니라 지난해 미용실 강도를 검거하려다 흉기에 찔려 숨진 조재연 경사, 2008년 검문 중 도주 차량에 희생된 최재성 경사, 2004년 조직폭력배가 휘두른 흉기에 순직한 심재호 경위의 유가족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조 경사의 아들 A 군(11)은 씩씩한 표정으로 “나도 아버지처럼 용감한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참석자 중에는 순직한 아버지의 대를 이어 제복을 입은 4명의 현직 경찰관도 있었다. 2007년 근무 중 과로로 순직한 부산지방경찰청 외사과 서기태 경감의 아들 서영배 순경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경찰이라는 직업이 숙명처럼 느껴졌다”며 “저는 대학생 때 아버지를 잃었지만 유족들 가운데에는 어린아이들이 많아 이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이 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순직 경찰관 유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순직 경찰관 자녀 308명을 대상으로 대학 졸업 때까지 매년 1인당 200만∼1000만 원의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