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유리창 떼내고 훔쳐… 주식투자로 대부분 탕진
한모 씨가 축의금 총 1억여 원이 든 가방 2개를 들고 주차장에서 나와 택시를 타러 가는 모습. 서울 용산경찰서 제공
축의금 1억 원이 담긴 가방을 유심히 지켜보던 한모 씨(53)의 머릿속에선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동의 한 예식장 주차장에서 축의금 가방 두 개를 노리고 있었다. 혼주 고모 씨(58)가 가방을 차량 뒷좌석에 넣고 예식장 안으로 들어가자 한 씨는 미리 준비한 목장갑을 끼고 맥가이버 칼을 꺼내들었다. 그는 뒷좌석 문틈으로 칼을 밀어넣고 유리를 떼어 내는 수법으로 돈 가방을 챙겼다.
한 씨는 훔친 돈으로 마포구 합정동 전처의 집에 3000여만 원 상당의 가구 김치냉장고 드럼세탁기 태블릿PC 등을 장만해 줬다.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인 한 씨는 빚쟁이에게 시달리다 2008년 아내와 서류상 이혼한 상태였다. 4400여만 원은 고등학생 아들 명의의 통장으로 다시 주식에 투자했다. 축의금 1억 원 중 남은 돈은 1294만 원뿐.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