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의 지식/서동욱 등 31인 지음/440쪽·1만8000원·민음사
박진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인간의 후두가 다른 영장류에 비해 훨씬 아래에 있는데, 그 경우 발음기관의 모양이 일자형이 아닌 ㄱ자형 튜브가 돼 더 많은 소리를 구분해서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왜 후두가 내려갔을까. 후두가 밑에 있으면 발성기관 튜브의 길이가 길어져 소리가 낮아진다. 대개 몸집이 큰 동물이 낮은 소리를 내는 경향이 있는데, 몸집이 작았던 인류는 낮은 목소리를 냄으로써 천적이나 경쟁자로 하여금 자신을 실제보다 더 크게 느끼도록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태어나고 발달한 언어가 문명의 시발점이 됐다니, 이 분석대로라면 ‘후두의 하강’은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나비효과’라고 할 만하다.
이 책은 강신주 서동욱(이하 철학) 우석훈(경제학) 강유정(문학) 박진호(국어학) 등 각계를 대표하는 전문가 31명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최신 지식 및 담론에 대해 쓴 글을 총 6부에 걸쳐 실었다. 중심축은 ‘인간의 한평생’. 탄생(1부)부터 몸과 마음(2부), 노동(3부), 유희(4부), 재앙(5부), 노화 및 죽음(6부)까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본다. 앞서 설명한 박 교수의 글 ‘인간은 어떻게 언어를 가지게 되었나’는 탄생을 다룬 1부에 담겼다.
이 밖에 ‘신이 아닌 인간이 창조한 합성생명체’ ‘진시황의 꿈이었던 불멸(不滅)의 가능성’ ‘외계 생명체 발견의 의미’ 등 뇌를 ‘쫄깃쫄깃’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소재가 가득하다. 한편으로 지나치게 점잖은 제목과 편집 및 디자인이 책의 재미를 반감시켜 아쉬움을 준다.
인간의 삶과 관련된 ‘모든’ 지식을 440쪽짜리 책 한 권에 담아낸 만큼 개별 글 자체는 개론 수준에 머물러 깊이 있는 지식을 담아내진 못한다. 대신 저자 31명에 대한 설명과 저서 등을 충실히 소개해 관심이 가는 주제에 대해서는 해당 저자가 쓴 다른 저서를 찾아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한 점을 미덕으로 꼽을 만하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