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첫해 적극적 경기부양 필요”… “빚내 공약 반영땐 균형재정 난망”
현 정부가 임기 내내 ‘금과옥조’처럼 지켜왔던 균형재정의 기조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과 충돌하며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측에서 박 당선인의 복지공약을 감안해 당장 내년도 예산안을 다시 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1일 “박 당선인의 복지공약을 실천하고 민생경기를 살리려면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예산안 편성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국채 발행한도를 늘리는 방식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규모(342조5000억 원)보다 6조 원가량 늘리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혔고 추경 편성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차기 정부를 이끌고 갈 박 당선인은 국가재정 관리에 있어 이보다는 유연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후보 시절 “추경 편성은 우리가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카드”라며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융통성을 보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거기에 무상보육 등 박 당선인의 핵심공약을 감안하면 내년도 정부의 지출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난해 중기 재정운용계획에서 밝힌 ‘2013년 균형재정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많다.
어느 정부건 임기 첫해에는 경제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재정정책은 피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김대중 정부 첫해인 1998년에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적자재정을 편성했고 노무현 정부 첫해인 2003년에도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추경을 편성하며 3조 원의 적자 국채를 찍었다. 현 정부도 첫해인 2008년에 유가환급금 지급 등을 골자로 한 4조6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펴면서 7조4000억 원어치의 적자국채를 발행했다. 정부 출범 초기에 빚을 내 경기를 끌어올린 뒤 임기 막판에 가서야 애써 균형재정을 강조하는 패턴이 반복된 것이다.
이에 대한 재정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이영 한양대 교수(경제금융학부)는 “미국 경기가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중국 등 신흥국들도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한국이 적극적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을 추진하기에 타이밍이 나쁘지 않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 상황이 낫기 때문에 8조∼10조 원의 추가 재정 투입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