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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메트로 像像]40년 세월 임진각 지켜온 美대통령

입력 | 2012-12-24 03:00:00

■ 기념비 광장 트루먼 대통령상
6·25전쟁 미군 파병에 감사… 1975년 박정희 대통령이 세워




‘임진각에는 미국 대통령 동상이 있다!’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 관광단지 내 임진각은 분단의 상징인 동시에 화해와 상생, 평화와 통일의 메카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임진각 뒤편 기념비 광장은 미군 참전비, 임진강 지구 전적비 등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10여 개의 조형물과 비석이 길게 늘어서 6·25전쟁의 상처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 광장 맨 끝자락에는 빛바랜 청록색의 낯선 동상이 하나 있다. 미국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1884∼1972·사진). 6·25전쟁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 유엔을 통해 미군과 유엔군의 파병을 결정하고 적극 지지했던 인물이다. 1975년 10월 세워진 이 동상은 이승만 정부 때 세워진 인천의 맥아더 장군 동상과 함께 미군의 6·25전쟁 참전에 감사하는 의미를 담은 대표적 동상으로 손꼽힌다. 동상의 높이는 2.45m. 기단 높이가 0.8m에 달해 실제로는 더 웅장해 보인다. 양복 차림의 트루먼 대통령은 두 발을 옆으로 벌린 채 왼손은 책을 들었고 오른손은 남쪽을 가리키고 있다. 입은 굳게 다물었지만 인자한 모습이다. 동상 아래 동판에는 한글로 ‘해리 에스 트루만 상’이라고 적혀 있다. 이 글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쓴 휘호를 그대로 새겼다. 동상 옆에는 트루먼 대통령이 1950년 6월 27일 6·25전쟁에 관해 발표한 성명문도 있다. 여기에는 미군의 참전 이유와 역할이 간결하게 소개돼 있다.

임진각에 트루먼 대통령 동상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임진각 곳곳에 세워진 안내판이나 팸플릿에도 나와 있지 않다. 국방부가 주도해 세웠지만 국가보훈처에서 지정한 현충시설은 아니다. 30여 년의 세월 속에 색이 바래고 글자가 떨어져 나갔지만 지난달 파주시가 보수해 지금은 깔끔하게 단장됐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