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맛-음식이야기’전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경당지구 9호에서 발견된 생선뼈. 백제인이 생선 젓갈을 담가 먹었음을 보여준다.
1. 쌀밥 2. 젓갈 3. 회 4. 김치 5. 불고기
2000여 년 전 한강변에 터전을 마련하고 왕국을 발전시킨 백제인들은 일찍부터 벼와 조, 수수, 보리를 경작했고 채소와 어패류, 육류 등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해 음식을 해먹었다. 이들은 특히 육류보다는 어패류를, 불에 구워 먹는 화식(火食)보다는 삭혀 먹는 발효 음식을 더 즐겼던 것으로 보인다.
백제 시대 남성용 소변기인 호자(虎子). 호랑이가 꿇어앉아 입을 벌린 모습을 형상화했다.
특히 백제인이 맹독성 복어를 젓갈로 담가 먹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어류와 채소류를 저장하는 왕실 전용 식재료 창고로 쓰였던 풍납토성 내 경당지구 196호 건물터에선 70여 점의 대형 항아리가 발견됐다. 그중 33개는 중국에서 수입된 유약 바른 토기(시유도기·施釉陶器)인데, 그 안에서 참돔과 복어 뼈가 출토된 것이다. 당시 발굴 조사를 진행한 권오영 한신대 교수는 “복어 뼈는 백제인이 복어를 젓갈로 담가 먹었던 흔적”이라며 “복어 젓갈은 당시 고급 저장식품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시유도기와 복어 뼈 유물을 확인할 수 있다.
백제 지배층은 꿩고기와 술을 즐겼으며 음주 후에는 숙취 해소를 위해 중국산 차를 마셨다. 밥은 시루에 쌀을 넣고 찐 형태였는데 왕족, 귀족이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서민은 밥 대신에 죽, 특히 아욱을 넣은 죽을 많이 먹었고 동치미와 된장, 계란도 즐겼다. 주로 어패류를 발효시킨 식해와 젓갈은 고급 음식이라 서민층이 즐겨 먹지는 못했다.
요강 모양의 백제 시대 여성용 변기. 한성백제박물관 제공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