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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시대-시도지사 릴레이 인터뷰] 박원순 서울시장

입력 | 2012-12-24 03:00:00

“반쪽짜리 지방자치, 인수위서 논의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금 지방정부는 인사 재정 조직 권한이 모두 중앙정부에 있는 반쪽짜리 정부"라며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원회 단계에서 만나 내가 행정하면서 느꼈던 여러 문제를 협의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21일 서초구 서초동 서울시 인재개발원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자치의 제약이 대한민국 발전을 제약하고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동아일보는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전국 광역단체장에게서 박근혜 차기 정부에 바라는 바와 조언을 듣는 릴레이 특별 인터뷰를 마련했다.

박 시장은 동아일보 황호택 논설실장이 진행한 이날 대담에서 "박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국민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며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드러난 세대 간 갈등이나 지역갈등을 청산하기 위해선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내각 같은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라고 당부했다. 그는 "박 당선인이 성공하는 길은 여야를 막론하고 합리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경험과 경륜을 가진 사람과 대화하고 소통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민주통합당의 대선 패배에 대해서는 "국민이 소망하는 바,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바에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국민의 소리와 소망, 시대의 요구를 제대로 통찰하고 변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투표율 77%를 넘으면 서울광장에서 노래를 하겠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노래를 듣지 못하게 됐다. 어느 곡을 하려고 했나.

"애창곡은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이다. 77% 되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거의 육박해서 '진짜 노래를 해야 하나. 무슨 노래를 할까' 걱정했었다."

―투표율이 오르면 민주당에 유리하겠다고 생각했을 텐데, 설사 77%를 넘었다고 해도 결과가 바뀌긴 힘들었을 것 같다.

"그렇다. 젊은 사람들이 투표를 잘 안해 투표율이 높아지면 야당이 유리할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었는데 이번에 깨졌다. 투표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대표성 높아진다. 투표율이 높아지는게 특정정당 유리한 것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만큼 투표시간 늘리는 문제 등 국민 투표 많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새 대통령이 취임했다. 서울시장으로서 새 대통령이 이것만은 꼭 지켜줬으면 하는 공약은 무엇인가.

"박 당선인이 강조한 국민대통합이 꼭 되어야 한다. 선거에서 드러난 세대 간 갈등, 지역격차가 여전한 상태다. 양김시대의 유산인데 이런 것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MB정부처럼 고소영 내각 같은 현상이 되풀이되면 안 된다. 나도 당원이고 정치적 성향이 있지만 시장 되고 나서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쪽과도 많이 이야기했다. 오늘도 새마을지도자서울대회에 다녀왔다. 1970년대 시작해 지금은 조금 맞지 않는 면이 있지만 이게 현대화되면 결국 '마을만들기'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보나 보수나)꾸는 꿈은 같다. 과거 정부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퇴임 후 시민들 존경 받으며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

―박근혜 당선인이 통합의 약속을 지킬까.

"지킬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대선에서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야당을 지지한 사람과 통합하지 않고 그대로 간다면 이명박 정부의 실수를 똑같이 되풀이하는 것이다. 이미 다 보고 경험했는데 이걸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안철수 전 후보와 대선 이전이나 이후 통화하신 적 있으신가.

"안 전 후보가 경선을 포기하고 나서 위로하는 전화를 한번 했고, 투표하는 날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에 또 한번 통화했다. 처음에는 위로하는 전화였고 두 번째는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본인이 결정하고 황급히 나가서 만나지는 못했다."

―이번 대선 결과를 두고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의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입당은 했지만 당에 들어가 구체적으로 활동하지 않아 상황은 잘 모르겠다. 과거와 역사로부터 배우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이번 대선 패배는 국민이 소망하는 바,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바에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진정한 승리를 위해선 변화가 있어야 한다. 국민의 소리, 소망, 시대의 요구 이런 것을 누가 어떻게 제대로 통찰하고 실천하는가에 달려있다."

―시장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천만 시민이 살고 있는 대도시이니 그만큼 갈등이 많다. 뉴타운을 둘러싼 갈등이나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같은 많은 이슈들을 잘 조정해내는 것이 가장 어려웠지만 반면 이런 갈등을 조정하면서 보람도 느꼈다."

―뉴타운 매몰비용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것에 대해 말이 많다. 투자의 자기책임도 무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시 재정만으로는 뉴타운 매몰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 박 당선인도 4·11총선 당시 국고 부담을 공약한 만큼 인수위 단계에서 조정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다 부담하라는 게 아니라 원칙이 있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부분은 안 해준다. 매몰비용은 정치권이 과도하게 개입해 뉴타운 지정이 남발된 측면이 있으니 중앙정부도 부담해야 한다."

―0~2세 무상보육 정책으로 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이 있었다.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방정부에 이를 맡기면 지방정부가 정확한 현장을 알기 때문에 예산의 규모나 적절성을 감안해 복지를 늘려갈 수 있다. 그런데 지난번 0~2세 무상보육 정책은 중앙정부가 현실 잘 모르고 한 정책이다. 0~2세는 부모에게 맡기는 게 더 적절하다. 또 수요예측을 잘못해서 서울에서 가장 먼저 재원이 고갈됐다. 세 번째로 서울은 정부가 20%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지자체가 부담한다. 정부가 50~60%는 부담해야 한다."

―전임자가 했던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사업이 중단됐다. 전임 시장이 했던 것이라도 좋은 것은 지속돼야 하지 않나.

"큰 오해가 있다. 이미 노들섬 사업은 오 전 시장 재임 시절부터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6000억 원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인데 재정적으로 이 사업을 할 수 없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재임하며 서울시의 부채가 3배나 늘었다. 그래서 일단 연기한 것이고, 놀리느니 임시로 텃밭을 하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마치 텃밭을 종국적 대안처럼 이야기하더라. 그렇게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지 않았다. 지하철 9호선이나 우면산터널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난 이 사업들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세빛둥둥섬을 저렇게 놔둬서 고철이 되면 어떻게 하나.

"조금만 여유를 달라.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하나 가다듬고 정리하는 중이다."

―강남북 격차가 심한데 얼마 전 서울시가 서울 강남 개발 계획을 내놨다.

"내년부터는 지역균형인지예산을 도입할 계획이다. 체육시설이나 공공기관 같은 걸 지을 때 반드시 지역균형성을 고려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강남이 이미 인프라가 구축돼있어 이를 버릴 수도 없다. 서울이 마이스(MICE) 산업으로 미래를 열어가야 하는데 이를 위한 인프라를 새로 지을 땅이 없다. 기존의 코엑스를 업그레이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서울 한강변 아파트 담 치고 있다. 이것을 개선해야 하지 않겠나.

"한강은 시민 공유할 수 있는 장소가 돼야 한다. 여의도 압구정동 등 5개 전략정비구역이 있다. 한강에서 좀 뒤로 후퇴해 정비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지만 사업성도 있어야 해 고민이 많다. 핵심은 한강변이 개인이 아닌 공공의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서울시 교육감으로 보수 진영 문용린 후보가 당선됐다. 교육문제로 시와 교육청 간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

"행정은 보수와 진보의 차이라는게 그렇게 심각하지 않고 또 그래선 안 된다. 문 당선인은 전부터 친했다. 합리성, 상식의 관점에서 보면 얼마든지 대화를 통해 조율이 가능하다."

―교육감을 꼭 선거로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외국의 도시들은 교육이나 치안이 시장 관할이다. 현재 경찰은 과도하게 경비나 공안 기능에 인력이 배치돼있는데 생활밀착형 치안을 위해서는 자치경찰제로 가야 한다."

―재선에 도전할 계획인가.

"보궐선거로 들어온 만큼 정책의 완결성을 생각하면 한 번 더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급변하는 정치정세에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시민의 판단에 달려있다."

―시장의 권한은 생각보다 크기도, 생각보다 작기도 하다. 지방정부의 장이 아닌 중앙정부를 이끌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적 없나.

"지난 1년간 절대 그런 유도신문에 넘어가지 않는 정도는 됐다. 난 아무것도 안한 시장으로 남고 싶다. 결과적으로 어떤 업적이 남게 되겠지만 이것에 연연해 임기동안 지나치게 뭔가를 만들려 하면 무리가 따르고 잘못된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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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박진우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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