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고도성장 이끈 대통령의 딸… 환란보며 정치결심시진핑, 덩샤오핑 개방 도운 부친 따라 성장에 방점아베, 정치 실력자 집안… 국수주의 외조부 영향 커
3명 다 집안 배경은 화려하다. 박 당선인의 아버지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 총서기의 부친은 공산당 중앙선전부장, 정무원 비서장, 국무원 부총리,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을 지낸 시중쉰(習仲勳). 시 총서기는 태자당 중의 태자당인 셈이다. 아베 차기 총리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와 작은 외할아버지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는 총리를, 부친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는 외상을 지냈다.
하지만 순탄한 인생은 아니었다. 박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이 5·16 군사정변을 주도했을 때 서울 장충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아버지가 대통령에 당선된 1963년부터 10·26사태로 아버지를 잃은 1979년까지 청소년기와 청년기 약 17년을 청와대에서 보냈다. 시 총서기는 부친이 1962년 마오쩌둥(毛澤東)의 심기를 건드린 ‘류즈단(劉志丹) 사건’으로 숙청되고, 1966년 문화대혁명까지 터지자 중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산시(陝西) 성의 궁벽한 시골로 하방(下放)돼 반동의 자식으로 불리며 밑바닥 생활을 전전했다.
정치 신념과 성향도 성장 배경과 떼놓을 수 없다. 박 당선인은 1952년생으로 1960, 70년대 급속한 산업화를 이끌던 세력의 정점에서 자랐고, 또 1974년부터 5년 동안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경험이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잊혀진 대통령의 딸’에서 ‘정치인 박근혜’로 변신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이뤄놓은 나라인데” 하는 생각에 아찔했다고 한다. 미사여구보다 실천과 결실을 강조하는 정치철학에 영향을 준 것은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였다.
시 총서기가 개방을 통한 성장에 방점을 두는 우파의 대표 주자로 부상한 것도 성장 과정과 무관치 않다. 1978년 복권된 아버지 시중쉰은 마오쩌둥 사후 덩샤오핑(鄧小平)이 몰고 온 개혁·개방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덩샤오핑의 절친한 친구로 경제특구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은 개방론자였던 것. 이런 정치적 DNA를 물려받은 시 총서기는 20대부터 개혁·개방이 가져다준 성장의 세례를 받으며 정치를 시작했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인 아베 차기 총리가 초등학교 4학년이던 1964년 도쿄 올림픽이 개최됐다. 개회식 날 자위대 비행기가 하늘에 오륜 마크를 그리는 장면을 본 그는 “이제부터 일본에서 뭔가 빛나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만들어진 자부심이 그의 국가주의 성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