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아베 자민당 총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는 박 당선인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 아베 총재의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 전 외상도 친한파의 유력 정치가였다. 그 때문에 일본에서는 아베 총재와 박 당선인의 개인적 관계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역사적 인연’은 박 대표에게 있어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일한의 긴밀한 관계에는 두 유형이 있다.
두 번째는 김대중-오부치 게이조 형의 ‘미래 지향’ 우호관계다.
냉전 후 자민당으로부터 정권을 빼앗은 일본신당의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와 사회당의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는 식민지 지배의 과거에 대해 솔직한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다. 이를 배경으로 1998년 일본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민당의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와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미래 지향의 일한관계를 기약했다.
‘아베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 정부가 목표로 하는 것은 어느 유형의 우호관계일까. 상식적으로는 첫 번째 유형의 우호관계다. 사실 아베 총재는 정권 탄생 전부터 강경한 공약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당선 이후 ‘다케시마의 날’ 행사의 정부 주최와 국제사법재판소(ICJ) 단독 제소는 동결했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는 난제다. 한국 정부는 사법부 판결과 비정부기구의 눈치를 봐야 한다. 아베 정권도 고노 담화의 수정을 주장하는 등 이미 상당히 깊은 단계까지 와 버렸다. 가능한 한 논쟁을 회피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함께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일한 우호의 세 번째 유형인 ‘전략 공유’가 필요한 때다.
유일한 예외는 일북 협의의 진전이다. 조금 기책(奇策)이긴 하지만 국교정상화에 따른 경제협력을 내걸고 북한이 일본인 납치 문제 재조사에 응한다면 이를 거절할 일본 정권은 없다. 참의원 선거에서 필승을 기약하고 있는 아베 총재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방북 모델을 추구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 경우 일한 일중 그리고 일미 관계에 복잡한 충격을 줄 것이다.
결국 일한 양국의 새 지도자도, 양국 국민도 아베 총재와 박 당선인의 ‘역사적 인연’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자제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에 둘러싸인 일한 양국에는 공통 이익과 목표가 존재한다.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