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美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월스트리트 비열한 탐욕 파헤쳐
미국 경제위기의 내밀한 속내를 파고든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조이앤컨텐츠그룹 제공
만약 베어스턴스가 파산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월스트리트는 붕괴 위기에 직면하지 않았을까.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시 “이 엿새가 미국 자본주의를 흔들었다”고 표현했다. 미국 경제가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를 겪었던 때의 단면이다. 여기까지는 사실이다.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1월 3일 개봉)은 위의 사건이 시작된 3월 11일 이전 24시간을 그린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위기 상황에서 세계 자본주의를 쥐고 흔들었던 금융 엘리트들은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유추한다.
픽션이지만 사실처럼 촘촘하게 엮여 긴박감이 넘친다. 영화를 연출하고 시나리오를 쓴 J C 챈더 감독은 40여 년간 메릴린치에 근무한 아버지의 도움으로 당시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졌을 법한 이야기를 실감나게 그린다.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을 법한 상황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다. 팀장 로저스(케빈 스페이시)는 파생상품을 무차별 매각하면 시장에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을 우려하지만 회장 털트(제러미 아이언스)는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며 강행을 지시한다. 연봉 수백만 달러를 받아 온 간부들은 윤리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날이 밝자 회사는 부실한 모기지 상품을 헐값에 매각하기 시작한다.
영화를 곱씹어 봐야 할 이유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촉발한 세계 경제위기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체도 없고 통제할 수도 없는 금융상품을 폭탄을 떠넘기듯 ‘돌려 막기’ 하다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는 오로지 제 것만 챙기는 인간의 탐욕이 영화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제러미 아이언스와 케빈 스페이시 등의 농익은 연기가 비열한 인간의 내면을 스크린으로 끌어낸다.
올해 아카데미 각본상과 지난해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후보에 올랐다. 15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