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6년’ 전두환 前대통령 역할 장광 씨와 ‘그 사람’
‘26년’ ‘도가니’ 등 묵직한 영화에 출연해 온 장광은 앞으로는 시트콤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유머가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후배들하고 수다도 잘 떨고요.”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청어람 제공
세간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야 하는 역할. 가족이 말리지는 않았을까. “딸이 그러더군요. ‘사람들은 얼마나 비슷하게 그려낼까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요. 그래서 디테일을 파고들었어요. 경상도 사투리가 심하지 않으면서도 특유의 인토네이션(억양)이 있는 말투, 다물고 있을 때 ‘역(逆)U’자형이 되는 입 등이 그분의 특징이죠.” 그의 딸은 개그우먼인 장윤희다. 부인 진성애 씨도 탤런트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그 사람’은 집에 난입한 조직폭력배 진배(진구)에게 주먹으로 맞는다. 장광은 촬영 중 실제 맞지는 않았지만 저절로 ‘억’ 소리가 나왔다. “조근현 감독이 3번을 더 찍자고 했어요. ‘그분은 이런 상황에서도 속으로 삭이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을까’라고 지적했죠.”
지난해 출연한 영화 ‘도가니’에서 그는 아이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하는 쌍둥이 교장 형제로 1인 2역을 해냈다. 오디션 경쟁률이 800 대 1이었다. “많이 망설였어요. 크리스천(기독교인)인데 ‘교회에서 아는 사람이 보면 뭐라고 할까’ 걱정됐어요. 누군가 해야 할 역이라면 잘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지금은 ‘도가니법’ 입법에 일조했다는 자부심이 생겼어요.”
성우 시절 더빙 영화에서 그는 제라르 드파르디외, 게리 올드먼 목소리 연기를 도맡아 했다. TV 외화시리즈 ‘V’의 윌리엄, 만화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깡통 로봇도 그의 목소리였다. 연극영화과(동국대)를 나와 원래 꿈은 연극배우였다. “영화 연기가 가장 어려워요. 눈동자의 움직임까지 스크린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섬세한 심리 묘사, 디테일한 연기를 못하면 견뎌낼 수가 없어요.”
‘도가니’로 시작한 늦깎이 배우 생활은 올해 꽃을 피웠다. ‘광해, 왕이 된 남자’ ‘내가 살인범이다’ ‘음치클리닉’ 등 4편이나 출연했다. 최민식 황정민과 찍은 ‘신세계’, 김수현과 함께 출연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내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