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4일 맑음/흐림/눈. 전쟁의 끝에서. 트랙 #38 John&Yoko/Plastic Ono Band‘Happy Xmas (War Is Over)’(1971년)
존 레넌과 오노 요코는 1969년 캐나다 몬트리올의 퀸 엘리자베스 호텔 1742호실에 8일 동안 누워 평화시위를 했다. 이런 시위라면 자신 있다. ‘평생 휴가!’ 동아일보DB
내가 어른이 된 날은 언제였을까. 혼자서 머리를 감을 수 있게 된 날? 커피우유보다 카페라테가 더 좋아진 날? 산타클로스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그 싱숭생숭했던 날?
지난주, 뉴욕의 허름한 호텔방에서 파키스탄계 영국 싱어송라이터 루머의 2010년 앨범 ‘시즌스 오브 마이 솔’을 줄곧 들었다. ‘사람들은 말하지/천천히/속도 좀 낮춰/다 태워버리지 마/다 보여주지 마/천천히…’라고 노래하는 ‘슬로’란 곡을 특히 반복해서 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날 죽음 앞에 한 발짝 더 데려다줄 이 시간만은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건만, 또 한 해가 간다.
매년 이맘때면 어떤 영화 한 편이 결말을 짓고 끝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12월 31일, 일시정지, 1월 1일’ 하는 식으로. 다음 시리즈는 좀 쉬었다 시작될 것 같은 느낌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전쟁이 끝났다. 아니, 끝나지 않았지만 끝났으면 한다. 그 전쟁을 보고 있으면 가끔 어렸을 적 읽었던 반공 만화가 떠오른다. 서로가 서로를 태어날 때부터 자신과 다른, 뿔 달린 괴물쯤으로 보고 욕하며 지구상에서 몰아내려 한다. 모두들, 해피 크리스마스. 전쟁의 끝에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