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곡물가격 하향세… 기상이변 없는 한 당분간 안정 예상
그러나 최근 국제곡물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국내 소비자물가도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애그플레이션 우려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내년에는 국제적으로 곡물 재배면적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돼 기상이변 등 돌발변수가 없는 한 국제곡물가격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 국제곡물가격 하향세 반전
국내 소비자물가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11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1.6% 상승에 그쳤다. 전월 대비로는 두 달 연속 하락세다. 농축산물 물가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2.9% 올랐지만 전월 대비로는 4.3% 하락했다.
국제곡물가격이 더이상 급등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관측’ 12월호에서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의 작황이 호전되고 남미의 옥수수, 콩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곡물가격은 약보합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도 “남미의 기상여건이 좋고 미국의 콩, 옥수수 파종면적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돼 당분간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 추세도 국내 곡물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등으로 풀린 돈이 국내에 유입되며 최근 원-달러 환율은 15개월 만에 1070원대로 떨어졌다. 국제곡물가격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어도 원화의 가치가 상승한 만큼 국내 소비자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것이다.
농식품부 당국자는 “대부분 수입 곡물로 만드는 사료가 제일 큰 문제였는데 물량을 조기 확보한 데다 환율까지 도와주면서 물가불안 요인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대형 식품업체들은 대선이 끝나자 최근 기다렸다는 듯 두부 콩나물 밀가루 등의 가격을 일제히 8∼10%씩 올렸다. 특히 밀가루가 문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내년 상반기(1∼6월) 호주 아르헨티나 등 일부 밀 생산국의 생산량이 부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 라면 빵 과자 등 밀가루를 재료로 쓰는 식품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기 때문에 ‘밥상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여름철 태풍과 이른 한파로 채소값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농촌경제연구원 성명환 곡물실장은 “국제곡물가격이 전반적으로 하향세로 돌아섰고 원-달러 환율도 당분간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상이변 같은 큰 변수가 없는 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