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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핫 이슈]큰 고비 넘긴 애그플레이션… 밀가루가 변수

입력 | 2012-12-26 03:00:00

국제곡물가격 하향세… 기상이변 없는 한 당분간 안정 예상




올 7월경 세계적 이상기후와 곡물투기 열풍으로 국제곡물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연말에 ‘밥상물가 쇼크’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다. 선물로 거래되는 국제곡물거래 특성상 당시의 가격상승이 시차를 두고 연말 물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침체된 한국 경제에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 충격을 줄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국제곡물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국내 소비자물가도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애그플레이션 우려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내년에는 국제적으로 곡물 재배면적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돼 기상이변 등 돌발변수가 없는 한 국제곡물가격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 국제곡물가격 하향세 반전

25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9월 263까지 치솟았던 곡물가격지수는 10월부터(260)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11월에 256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식량가격지수(211)도 전달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여름철의 상승세가 꺾여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소비자물가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11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1.6% 상승에 그쳤다. 전월 대비로는 두 달 연속 하락세다. 농축산물 물가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2.9% 올랐지만 전월 대비로는 4.3% 하락했다.

국제곡물가격이 더이상 급등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관측’ 12월호에서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의 작황이 호전되고 남미의 옥수수, 콩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곡물가격은 약보합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도 “남미의 기상여건이 좋고 미국의 콩, 옥수수 파종면적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돼 당분간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 추세도 국내 곡물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등으로 풀린 돈이 국내에 유입되며 최근 원-달러 환율은 15개월 만에 1070원대로 떨어졌다. 국제곡물가격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어도 원화의 가치가 상승한 만큼 국내 소비자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것이다.

농식품부 당국자는 “대부분 수입 곡물로 만드는 사료가 제일 큰 문제였는데 물량을 조기 확보한 데다 환율까지 도와주면서 물가불안 요인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 밀가루는 불안…“아직 안심하긴 일러”

물론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대형 식품업체들은 대선이 끝나자 최근 기다렸다는 듯 두부 콩나물 밀가루 등의 가격을 일제히 8∼10%씩 올렸다. 특히 밀가루가 문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내년 상반기(1∼6월) 호주 아르헨티나 등 일부 밀 생산국의 생산량이 부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 라면 빵 과자 등 밀가루를 재료로 쓰는 식품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기 때문에 ‘밥상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여름철 태풍과 이른 한파로 채소값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농촌경제연구원 성명환 곡물실장은 “국제곡물가격이 전반적으로 하향세로 돌아섰고 원-달러 환율도 당분간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상이변 같은 큰 변수가 없는 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