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섣달 눈이 휘날려 하늘에 가득합니다. 벌써 세 번째 눈이 내렸는데 그래도 싫지 않은 것은 이것이 풍년이 들 조짐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지상은 아직 한겨울이지만 하늘은 봄인지라 활짝 배꽃이 피었고 이것이 지상에 떨어진 것이 눈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세상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 덕에 유방선이 이듬해 유배에서 풀려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8세기 문인 서명응(徐命膺)은 새해를 맞을 무렵 규장각에 이런 글을 붙였습니다. “섣달에 세 번 눈이 내려서, 풍년으로 사방이 편안하기를. 팔백년 주나라 왕업도, 천 개 만 개의 창고에서 실로 힘입은 것이니(臘雪徵三白 풍年綏四方 從來八百業 實賴萬千倉)”. 한 나라나 정권이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섣달에 세 번 눈이 내리기를 기원한 것입니다.
이종묵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