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도 없는 영어식 표현을 만들어내는 데는 일본인이 선수다. 사실 콩글리시의 상당수는 일본에서 온 것이다. 봉급생활자를 뜻하는 샐러리맨은 1930년대부터 쓰인 일본식 영어(和製英語)다. 영어로 굳이 표현한다면 ‘salaried man’이라고 해야 한다. 영어권에서는 이런 표현도 잘 안 쓰고 화이트칼라 워커(white-collar worker)라고 한다. 스페시피케이션(specification)을 스펙으로 줄여 부르는 것도 일본식이다. 다만 이 말을 제품 명세서가 아니라 취업에 필요한 자격조건이란 뜻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국식 변형이다.
▷영국 BBC가 최근 콩글리시를 영어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소개하면서 스킨십(skinship)을 예로 들었다. 스킨십도 실은 일본에서 먼저 사용된 말이다. 1953년 세계보건기구(WHO) 세미나에서 한 미국 학자가 엄마와 아이 사이의 피부접촉을 통한 소통이란 의미로 사용한 것이 일본에 전해져 사용됐다는 게 일본대백과사전의 설명이다. 영어권에서는 터치십(touchship)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영어 위키피디아는 스킨십을 일본식 영어로 분류한다. 한국에서는 이 말이 엄마와 아이보다는 연인 사이의 남녀 관계에 더 자주 쓰인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