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준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부원장
물론 우리 형법도 검사를 일반 공직자와 똑같이 취급하고 있다. 비리를 저지른 검사에 대해 일반 공직자와 마찬가지로 직권남용죄나 뇌물죄를 적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검사가 직권을 남용하여 누군가로 하여금 특정한 행위를 하도록 강요했어야 하고, 뇌물죄에 있어서는 대가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검찰 비리의 경우에는 이 요건들을 모두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소위 벤츠 여검사의 경우 건네받은 벤츠 승용차가 청탁의 대가였는지, 또는 사랑의 정표였는지를 판단하기 어렵고, 성추문 검사는 뇌물죄를 인정할 경우 여성 피의자도 함께 처벌해야 한다는 불합리한 결과를 막을 수 없다.
결국 우리 형법은 사법 수호를 진두지휘할 책임자인 검사가 스스로 법을 왜곡하여 저지르는 부정을 형사법적으로 충분히 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법 왜곡죄’를 도입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사법 수호를 위한 이 법은 검사뿐 아니라 판사를 포함한 모든 사법 담당 공직자를 처벌 대상으로 한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시행중이다.
독일 형법 제339조는 검사나 판사 등 사법 담당 공직자가 적용해야 하는 법을 고의적으로 왜곡하여 어느 일방 당사자에게 유리하게 하거나 불리하게 하였을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법 왜곡’은 사실관계의 조작, 부당한 법 적용, 재량권 남용 등을 모두 포괄한다.
나치시대나 구동독의 판검사가 당시 정치범에 대해 법 왜곡의 부정을 저지른 사건을 제외하면 이 법이 실제로 적용된 사건은 별로 없지만, 최근 정신질환자를 직접 접견하여 의견청취를 해야 하는 절차법상의 의무를 여러 차례 위반하고 정신병동에 감금하도록 허용한 판사에게 이 법을 적용해 3년 6개월의 실형을 내린 사례가 있을 정도로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법 왜곡죄는 그 존재 자체로서도 독일의 사법 담당 공직자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갖고 법을 더욱 신중하고 공정하게 적용하도록 만들고 있다.
‘검사’가 ‘공직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검사는 그냥 보통의 공직자가 아니다. 그들은 사회정의의 큰 기둥인 사법, 즉 법의 올바른 적용을 위해 일하도록 선발된 사람들이다. 검찰에 대해 무너진 국민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것이 우리 국민의 검찰에 대한 신뢰 회복과 검찰의 올바른 윤리 의식 확립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최광준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