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초 오픈 유료 콘텐츠장터 ‘카카오페이지’
카카오 측은 “콘텐츠는 한 번 무료로 팔리면 나중에 다시 유료로 바꾸기 쉽지 않다”고 이런 정책의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동안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이나 통신사 계열의 콘텐츠 업체가 헐값에 뉴스, 웹툰, 영화, 음악 등을 사들여 무료 또는 헐값에 서비스하고 수익을 독식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 스마트폰이 콘텐츠 시장 연다
특히 콘텐츠의 최저 판매가격을 정한 게 특징이다. 카카오는 최근 잠재적 파트너가 될 콘텐츠 창작자와 기업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어 500원이라는 최저 판매가격 도입 계획을 설명했다. 창작자들이 이보다 비싼 값을 받는 건 자유지만 출혈 가격경쟁을 벌이는 건 막겠다는 뜻이다.
매출은 콘텐츠 창작자와 스마트폰 앱스토어를 만든 애플·구글, 그리고 판매 경로를 제공하는 카카오가 각각 5 대 3 대 2의 비율로 나눈다. 카카오가 매출의 20%를 가져가긴 하지만 카카오페이지에 관심을 갖는 창작자는 많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그동안의 성공 사례 덕분이다.
예컨대 카카오가 만든 ‘카카오게임’은 ‘애니팡’, ‘드래곤 플라이트’ 같은 게임을 성공시키면서 화제를 모았다. 애니팡과 드래곤 플라이트는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퍼즐과 슈팅게임인데도 카카오톡 친구들끼리 게임을 추천하고 함께 경쟁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앱스토어에만 올려 적게 파느니 카카오에 수수료를 주고 더 많이 파는 게 이익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페이지의 초기 성공 여부를 결정할 ‘킬러 콘텐츠’들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인기 만화가 허영만 화백은 신작 ‘동의보감’을 카카오페이지에서 처음 서비스할 계획이다. 방송,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가진 CJ E&M도 카카오와 파트너 제휴를 맺었다. 이와 별도로 카카오 측은 1월 중순 언론사를 상대로 한 카카오페이지 설명회도 갖는다.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미디어기업과의 협력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 카카오톡이 만드는 롱테일
카카오페이지가 가장 기대를 모으는 건 카카오톡으로 연결된 친구들의 힘이다. 최근 콘텐츠 판매의 가장 큰 문제는 소수의 베스트셀러는 잘 팔리지만 절대 다수의 콘텐츠는 소비자에게 노출될 방법이 없어 쉽게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국내 출판업계에서도 올해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에세이는 100만 부 판매를 훌쩍 넘겼지만 출판업계에선 부도 행진이 이어졌다. 동네 서점이 사라져 베스트셀러 말고는 소비자가 관련 정보를 접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카오페이지는 이런 정보를 자연스럽게 전할 통로가 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맘에 드는 육아 관련 도서를 평소에 카카오톡으로 자주 대화하는 다른 엄마들에게 추천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여기에 더해 카카오톡 친구가 산 콘텐츠를 확인할 수도 있고, 자기가 콘텐츠를 하나 사면 딱 한 명의 친구에게만 그 콘텐츠를 무료로 선물하는 기능도 도입한다. 이렇게 되면 베스트셀러는 아니더라도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좋은 콘텐츠가 도달할 수 있는 길이 추가로 열리는 셈이다.
아직 덜 유명한 사진작가, 소설가, 만화가, 독립 영화감독 등에게도 등용문 역할을 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카카오 뷰어’(가칭)라는 앱을 통해 서비스되는데 블로그에 글이나 사진, 동영상, 음악을 올리듯 콘텐츠 창작자가 카카오가 만든 에디터로 카카오뷰어에 자신의 콘텐츠를 올리면 카카오 뷰어에 나오는 방식이다.
카카오 측은 “프로골퍼 출신 강사가 직접 녹화한 골프 동영상 강좌, 요리 블로거의 요리법 소개 등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을 판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상훈·박창규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