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4년 뒤엔 대졸 연봉… 무기계약직 전환땐 학자금
조준희 IBK기업은행장(가운데)이 입행이 확정된 특성화고 졸업생들에게 합격증을 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제공
IBK기업은행은 이에 반기를 들었다. 은행 공개 채용에서 모조리 대졸자만 뽑다 보니 학력 인플레 현상이 심화되고 특성화고에서 실무 지식을 충분히 쌓은 인재들이 갈 곳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기업은행은 2011년 1월 창구 텔러 공채 때 특성화고 출신 2명을 시범적으로 채용해봤다. 4년제 대학이나 전문대 졸업자를 텔러로 채용하는 관행을 깬 것이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이들은 대졸자 못지않은 역할을 해내면서 ‘고졸 출신도 창구 텔러를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이후 기업은행은 같은 해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특성화고 출신을 각각 20명, 45명 공개 채용했고, 올해 110명을 추가로 뽑는 등 고졸 행원을 모두 170여 명 채용했다. 특히 올해 채용한 직원 중 36명은 남성이다. 이들은 텔러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과 시설 관리를 맡는다.
고졸 행원들은 처음에는 계약직으로 입행하지만 2년이 지나면 대부분 정년(만 59세)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또 처우 역시 대졸자 못지않다. 입행 후 4년이 지나면 연봉이 3690만 원으로 대졸 정규직(3780만 원)과 비슷하다. 특히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 야간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학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기업은행은 고졸 행원들을 금융인으로 양성할 수 있게 다각도로 지원한다. 지점에 선배 행원을 1명씩 짝지어줘 ‘일대일 인생 멘토’로 지정한다. 고졸 행원들의 나이가 19∼20세로 어리다는 점을 감안해서다. 멘토들은 업무뿐만 아니라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을 상담해주면서 이들의 정착을 돕는다.
특히 올해부터는 ‘실무형 인재’로 단련하기 위한 제도를 강화했다. 졸업 직전에 채용했던 관행을 바꾸고 학생들이 3학년 1학기일 때 미리 채용해 이들이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금융 관련 자격증을 준비할 시간을 줬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