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뚫고 금고에 구멍… CCTV 따돌리고… 발자국은 물로 지워… 영화 같았던 금고털이공범과는 15년 ‘정보원’ 인연
▶본보 10일자 A12면 참조… 여수 우체국 금고털이 범인 윤곽파악도 못해
김 경사는 9일 오전 2시경 박 씨가 전남 여수시 월하동 한 상가 내 우체국 금고를 산소용접기 등으로 절단한 뒤 현금 5200여만 원을 훔칠 때 망을 보고 26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다. 박 씨는 우체국으로 직접 들어가면 폐쇄회로(CC)TV 등에 찍힐 것을 우려해 옆 가게인 식당으로 침입했다. 우체국 금고는 식당과 붙은 벽 뒤에 붙어 있었다.
김 경사는 앞서 2005년 6월경 박 씨에게 여수시 미평동 I은행 365코너를 털 것을 제안했다. 김 경사는 당시 박 씨가 I은행 옆 음식점 방범창을 뚫고 침입해 365코너 뒤쪽 방화문과 2중 철문을 기계로 잘라내고 현금 870여만 원을 털어갈 때도 망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여수경찰서 강력팀 형사였던 김 경사는 I은행 365코너 절도 사건에도 수사반으로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경사가 모종의 역할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365코너 절도 사건은 7년 반 동안 미제사건이 됐다. 김 경사는 1997년 여수 모 파출소에 근무할 당시 박 씨를 처음 만나 속칭 ‘망원’(정보원)으로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 씨가 족적을 물로 지우고, 상가 내 CCTV에 스프레이 래커를 뿌리는 등의 수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 김 경사가 방법을 알려줬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여수에서는 2005년부터 올해까지 벽이나 천장을 뚫고 침입해 금은방, 대형병원, 농협 365코너 등을 턴 절도 사건이 5건 이상 발생했지만 그동안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두 사람이 여수지역 절도 미제사건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캐고 있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