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19 그리고 80’ ★★★★
연극 ‘19 그리고 80’의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80세 할머니 모드(박정자·오른쪽)는 19세청년 해럴드(조의진)뿐만 아니라 관객의 마음까지 무장해제한다. 삼일로창고극장 제공
서울 저동 삼일로창고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19 그리고 80’(강영걸 연출)은 박정자 씨의 연극 데뷔 50년 기념공연이다. 미국 작가 콜린 히긴스의 소설 원작으로 1971년 연극보다 먼저 영화 ‘해럴드와 모드’로 제작됐다. 박 씨는 2003년 처음 본인이 직접 기획, 제작, 출연했고 2006년에는 연극과 뮤지컬로 만들어 역시 주인공 모드로 출연했다.
박 씨가 주인공 모드의 극중 나이(80세)에 더 가까워져서인지 모드의 저 대사, 저 행동이 연기인지 실제 모습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모드는 연기하기 쉬운 캐릭터가 아니다. 규정과 제도,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천진난만하게 보이지만 삶, 생명, 세상에 무한한 애정을 지닌 지혜로운 인물이다. 동물원에 갇힌 게 안쓰럽다고 바다표범을 바다에 풀어주고, 자동차 배기가스에 노출된 나무를 뽑아 공동묘지에 심으려 한다. 신부님 차도 거리낌 없이 훔쳐 탄다. “차야 그저 타고 다니면 그만 아닙니까? 말이나 낙타처럼 살아있는 동물이 아니잖아요.”
80여 석의 공연장은 50, 60대 연령층의 관객으로 가득 찼지만 누구나 공감할 만한 작품이다. 극의 내용에 공감해 코를 훌쩍이는 관객이 여럿 눈에 띄었다. 공연장을 나서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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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내년 2월 3일까지 공연하기로 했으나 극장 사정상 31일까지로 공연기간이 줄었으니 서두르시기를. 5만 원. 02-775-7775, 02-319-8020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