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수상 조동희 경위… 한강서 살린 생명만 500명… ‘수상구조의 대부’
서울지방경찰청 한강경찰대 조동희 경위(54)를 만난 건 이날 서울 성산대교 아래에 있는 한강경찰대 세면장 앞에서였다. 구조작업 후 막 씻고 나온 조 경위는 피부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살얼음이 언 강에 맨얼굴로 2시간 동안 들어갔다 나온 탓이다. 귓바퀴가 닳아 귀 모양도 평평하게 펴져 있었다. 한강 안전요원으로 근무한 22년 동안 해녀처럼 머리까지 뒤집어쓰는 구조복을 수천 번 입었다 벗은 흔적이었다.
제2회 영예로운 제복상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조 경위는 해군 특수전부대(UDT) 출신으로 1984년 경찰에 투신해 1990년부터 한강경찰대원으로 일했다. 한강 투신자살을 시도하거나 홍수 등 각종 재난으로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게 그의 일이다. 그동안 500여 명을 구조했고 시신 300여 구를 인양해 경찰 수상구조의 대부로 불린다. 지난해 7월 팔당댐 방류로 한강에 급류가 생기면서 유람선 선착장에 고립된 중국인 관광객 108명을 구조했고 1994년 성수대교 붕괴 당시 최초로 현장에 출동해 8명을 구조하고 시신 24구를 인양했다.
조 경위는 “레저용 스쿠버 장비로 한강을 헤매고 다니다 장비 고장으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길 정도로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한강경찰대의 노고를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하는 1시간 내내 책상 위 무전기를 스무 번 가까이 쳐다봤다. “신고 즉시 튀어나가야 합니다. 한강에 빠진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은 딱 5분이거든요.”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우수상 김현중 소령… 생사의 위기에서 부하들 먼저 구하게 한 ‘참군인’
해군 특수전전단의 1특전대대에서 작전대장을 맡고 있는 김현중 소령(41·해사50기)은 8년 전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강원 동해시 앞바다에서 해상 강하훈련을 하던 중 타고 있던 고속단정(RIB)이 갑자기 폭발했다. 이 사고로 김 소령과 대원들은 온몸에 심한 골절상과 중화상을 입고 물에 빠졌지만 김 소령은 다가온 구조보트에 부하들을 먼저 구하도록 조치하는 참군인 정신을 발휘했다.
중상을 입은 부하들은 결국 의병 전역을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1년간 7차례의 대수술 등을 받고 퇴원한 뒤 4년간 피땀 어린 재활치료를 거쳐 휠체어에서 일어나 2009년 작전 현장에 다시 투입됐다. 부하들을 대신해 군인의 사명을 다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빚은 ‘작은 승리’였다.
그는 2010년 청해부대 5진의 검문검색대장으로 소말리아 해역에 파병돼 한국 선박 등 450여 척의 민간선박 호송 임무를 완수했다. 같은 해 9월엔 표류하던 소말리아 난민선을 구조하는 등 크고 작은 기여로 160여 통의 감사서한을 받았다. 김 소령은 “이역만리에서 태극기를 단 우리 구축함을 타고 각국의 민간선박을 호송하면서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공군사격장의 수중 불발탄 탐색 제거활동 등 대민업무에도 적극 참여하고, 특전팀 침투전술 정립을 비롯한 전투 준비태세 향상에도 기여한 공로로 여러 차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는 “상금으로 6·25전쟁 전사자 부인들에게 작은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며 “우리 사회에서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더 존중받는 분위기가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우수상 강현서 상사… 박봉 쪼개 빈국 어린이 후원 ‘베레모의 기부천사’
26일 ‘영예로운 제복상’ 우수상을 수상한 육군 국제평화지원단 소속 강현서 상사(31·여)는 ‘검은 베레모의 기부천사’로 불린다. 최정예 특전사 요원인 강 상사는 6년 가까이 매달 봉급날이 되면 은행을 찾아 유니세프와 월드비전 등 국제사회복지단체에 20여만 원을 송금한다. 자신이 후원하는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 어린이 8명에게 기부금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강 상사는 2007년 다니던 교회를 통해 아프리카 빈민국 어린이들의 참상을 접한 뒤 박봉을 쪼개 후원을 시작했다. “친구들과 식사 한번 하면 몇만 원이 나가는데 그것보다는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위해 쓰는 게 더 값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점차 액수와 후원 아동 수를 늘려 지금은 월급의 10% 이상을 기부하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2010년엔 인천시로부터 모범시민 표창을 받기도 했다. 강 상사는 “평소 아끼고 절약한 돈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후원하는 어린이들의 밝고 건강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볼 때마다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맡은 분야에서도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어릴 적부터 특전사 여군을 꿈꿔 온 그는 12년간 고공강하만 1130여 차례를 기록해 전체 요원 가운데 상위 1%에 속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1월 특전사령관배 스카이다이빙 대회에서 여성 대원 중 2위를 기록했고, 세계군인체육대회와 미국 고공강하 연수에도 참여했다.
아울러 응급구조사를 비롯해 직무와 관련된 자격증도 여러 개 따는 등 자기계발에도 최선을 다하는 그는 올해 1월 우수요원으로 선정돼 ‘특전용사상’을 받았다. 강 상사는 “상금을 받게 되면 후원하는 어린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하고 싶다”며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어린이들을 힘 닿는 데까지 돕고 싶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우수상 이상도 소방장… 위험 뚫고 구미 불산가스 밸브 잠근 ‘소방영웅’
9월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 때 경북 구미소방서 소속 이상도 소방장(47)은 가장 먼저 사고 현장에 도착해 오후 3시경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경까지 현장을 지켰다.
이 소방장은 동료들과 함께 공장 안으로 투입돼 가스밸브를 잠그는 위험천만한 작업을 맡았다. 한 치 앞도 안 보일 정도로 가스가 자욱한 데다 공장 설비를 잘 아는 실무자는 모두 병원으로 이송돼 밸브 위치조차 알기 힘든 상황이었다. 다섯 벌뿐인 화학보호복을 동료들과 교대로 갈아입으며 공장 안을 8차례 들어갔다 나오면서 밸브를 잠갔다. 그로 인해 불산가스 전체 20t 중 12t이 추가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1992년 8월 임용돼 올해로 21년째 소방관 생활을 하고 있는 이 소방장은 119구조대 업무만 약 15년 동안 해온 베테랑 구조대원이다. 20년 동안 6000여 회 출동해 3100여 명을 구조했다. 지금도 구조요청이나 사고소식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출동해 현장을 지킨다.
9월 중순에는 태풍 산바로 구미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급류에 고립된 등산객을 구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구미의 한 어린이집에서 화재가 발생해 어린이 260여 명을 대피시키고 화재를 진압했다. 그는 “사고 현장에 도착하면 피곤하거나 두렵다는 생각보다는 사고를 수습하고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고 했다. 여가시간에도 다른 대원들과 함께 홀몸노인들을 방문해 말동무를 해주고 쌀과 생활필수품을 전달하는 봉사활동을 10년째 하고 있다.
20년 넘도록 소방관으로 살아왔지만 걱정할까 봐 가족에게는 좀처럼 일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 선정 소식도 아직 알리지 않았다. 이 소방장은 27일자 신문에 소개된다는 말에 “집에 가면 상 탄다는 말부터 해야겠다”며 웃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특별상 황규동 경사… 집념의 과학수사… 백골시신 197구 유족 찾아줘
황 경사는 “아버지 묘를 잃어버린 유족이 저를 찾아와 아버지로 추정되는 시신을 찾았는데 이장 전 확인을 해보고 싶다기에 유전자 조사를 해보니 혈육이 아니었다”며 “몇 년 전 돌아가신 제 아버지가 떠올라 안타까운 마음에 그분들을 돕게 됐다”고 말했다.
묻힌 지 몇 년이 지난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는 일은 전례가 없는 작업이었다. 황 경사는 사망자의 지문이 경찰청에 마이크로 필름 상태로 보관돼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시신의 지문을 복원하면 경찰 자료와 대조해 신원을 밝힐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신은 대부분 나무젓가락처럼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황 경사는 시신의 손가락 표피를 알코올에 며칠간 담가 물러지게 한 뒤 피부를 자신의 손가락에 직접 끼워 지문을 살려냈다. “시신을 볼 때마다 ‘망자는 내 가족’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시신 틈에서 하루 종일 작업하고 나면 악취가 배어 집에도 못 들어가고 사무실에서 잠을 청했다. 3개월간 쉬지 않고 매진한 끝에 그는 시신 197구의 신원을 확인해 유족에게 넘겨줄 수 있었다.
황 경사는 이런 집요함으로 미제로 묻힐 뻔한 강력사건을 숱하게 해결했다. 2010년 삼척 콘크리트 암매장 살인사건 때 그는 콘크리트 더미 안에서 시신을 꺼내 뜨거운 물에 담갔다 빼는 방식으로 지문을 확보해 범인을 잡았다. 동료들은 그를 ‘망자의 수호자’라고 부른다.
황 경사는 “범행 현장에 처음 도착하면 피해자가 겪었을 공포와 억울함, 유족이 느낄 분노가 뼈저리게 느껴진다”며 “완전범죄라고 자신만만해하는 범인들을 끝까지 추적해 잡았을 때 피해자와 유족의 한을 풀어줬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화염과 유독가스 속에서 몸던져 인명 구하려다…
같은 상을 받게 된 전북 군산소방서 김인철 소방교는 올해 7월 군산의 한 유리공장에서 물탱크에 빠진 인부를 구하려다 가스에 질식해 순직했다. 향년 40세. 급박한 상황이어서 안전장치도 갖추지 못하고 진입했다가 호흡용 공기통을 착용하기도 전에 의식을 잃었다. 2004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된 고인은 사명감과 봉사정신으로 각종 재난현장에서 앞장서 귀감이 됐다. 유족인 부인과 2세, 3세 자녀가 수입원 없이 어렵게 살고 있다. 부인 김수희 씨는 “자상했던 남편이 곁에 없다는 것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며 “아이들이 아빠를 잊지 않고 항상 자랑스럽게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역시 같은 상을 받는 대구 북부소방서 최홍 소방경은 재난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들이마신 유독가스가 몸에 쌓여 2010년 9월 폐암으로 사망했다. 향년 54세. 몸이 불편해도 참고 현장을 지켰던 고인은 그해 8월 폐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채 한 달도 못 돼 유명을 달리했다. 1984년 소방직에 투신한 고인은 1995년 대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사고, 2005년 수성구 목욕탕 폭발사고 등 각종 재난현장에서 사고 수습 및 인명 구조 활동에 앞장섰다. 유족으로는 소방공무원인 아내와 두 자녀가 있다. 부인 변경숙 씨는 “항상 위험을 무릅쓰고 앞장서서 활동해 온 남편이 자랑스럽다”며 “남편의 희생정신이 잊혀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oot@donga.com
▼ 이렇게 심사했습니다… 최근까지 공적 고려… 大賞은 무기명 비밀투표 ▼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심사위원장을 맡은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대상을 받은 인천해양경찰서 해상특수기동대 전순열 경사는 날로 흉포해지는 불법 조업 중국 어선 단속에서 언제나 몸을 사리지 않고 앞장선 용기와 희생정신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