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열린사이버대 예술상담학과 교수
필자는 1996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국제아동도서협의회(IBBY) 총회에 한국대표로 참석한 적이 있다. 한국의 그림책과 도서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이지만 TV나 온라인, 영상매체 때문에 종이책이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이런 가운데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독서를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던 강연이 지금도 생생하다. 다양한 매체가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해도 종이책은 영원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전자 매체 때문에 출판계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지만 종이책은 여전히 존재한다. 아무리 손바닥 위의 스마트폰 등 IT 기기가 모든 것을 알려줘도 종이책 특유의 가독성, 아날로그의 따뜻함과 부드러움은 여전하다. 종이책으로 접하는 정보와 지식의 깊이가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부터 독서치료를 하다 보니 신문 기사를 이런 차원에서 보게 됐다. 매주 토요일, 많은 지면에 나오는 책 소개 기사가 특히 흥미롭다. 다양한 주제와 장르로 구분해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를 펼쳐 놓는 식이라 독자에게 매우 신선하고 유익한 정보가 된다.
이렇게 소개된 책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지닌 인간의 절대적 결핍감과 실존적 의문에 대한 탐색이 여전히 지속된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좋은 독서치료 자료가 되는 이유다.
또 매일 고정적으로 소개되는 시를 눈여겨본다. 어떤 시는 외로움에 지친 사람에게, 혹은 벽 같은 사람과 살면서 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힘든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어떤 시는 감사를 모르고 살았다는 걸 깨닫게 하거나 자연의 변화를 잘 표현한다. 다양한 상담치료의 순간을 떠올리며 이런 시를 스크랩한다.
가볍게 스쳐지나가듯 흥밋거리 위주로 보는 인터넷 뉴스. 여기에 부족한 뭔가를 채워주기에 신문은 내게 보물 상자나 마찬가지다. 지면을 꼼꼼히 읽는 호흡이 나날이 짧아지는 사회 분위기가 안타깝다. 당장은 효과가 없는 듯 보여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정보를 얻고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니까.
신문이 지혜를 얻도록 도와준다는 걸 체험한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접하면서 생기는 정보의 편향성을 걱정하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신문을 가까이 하면, 지금까지 닫혀 있던 사고의 영역을 넓힐 기회가 생긴다. 사고의 영역이 넓어지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면 세상을 살아가는 능력이 한 단계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