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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눈밭서 빛나는 꽃

입력 | 2012-12-28 03:00:00

초보∼최상급 스키어에 딱 맞는 핫 패션은…




커플이라면 튀는 색 계열로 색상을 맞춰보는 건 어떨까. 여성모델은 샛노란 켈란의 재킷과 컬러풀한 레오파드 패턴의 바지를 매치했다. 남성모델이 입은 제품은 골드윈의 레몬색 패턴 재킷과 데님 팬츠. 모델=이보미·김성환 장소협찬=지산 포레스트 리조트

상급자들이 빠른 속도로 위에서 아래로 직활강한다면 초급자들은 슬로프를 시계추처럼 좌우로 왕복하며 느릿느릿 내려온다. 한겨울 스키장은 속도와 진폭이 다른 선들이 종횡으로 엮인, 움직이는 그라피티를 보는 듯하다. 그래서 인공의 설원은 생동감 있게 살아 숨쉰다. 21일 경기 이천의 지산포레스트 리조트에는 눈이 많이 내렸다. 눈보라를 뚫고 내려오는 스키어와 보더를 돋보이게 하는 건 총천연색 패션이었다. 스키장에 무엇을 입고 가는지는 스키를 얼마나 잘 타는지만큼 중요한 요소가 됐다. ‘꽃보더’(‘패션에 신경을 쓴 보더’라는 뜻으로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따옴), ‘간지보더’(스타일리시한 보더)라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다. 이제 스키장은 스키와 보드를 타기 위한 기능적인 공간만은 아니다. A style이 새하얀 설원 위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방법을 난이도별로 제안한다. 누구보다 눈에 띄는 스키장 패션을 연출하고 싶다면 화려한 색상과 패턴, 그리고 슬림핏을 기억해두길. 지나치게 튈 자신이 없는 독자를 위해 출퇴근길에도 활용 가능한 하이브리드 아웃도어 제품과 손쉽게 윈터웨어를 완성시킬 액세서리도 소개한다.

스키장까지 점령한 밀리터리 룩


●최상급자 코스 최상급 ‘간지보더’ 따라잡기

밀리터리 스타일은 가장 무난하게 스키장에서 멋을 낼 수 있는 방법이다. 국방색 재킷과 밀리터리 패턴의 바지는 켈란 제품. 장비는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 제공.

스키·보드웨어 브랜드인 ‘켈란’과 ‘골드윈’이 올해 내놓은 신제품의 특징은 화려한 색상과 패턴의 결합이다. 체크무늬, 기하학적 무늬, 해골, 얼룩덜룩한 카무플라주(위장)와 노랑 주황 빨강 하늘색 등 생동감 있는 컬러가 주를 이룬다.

과감한 스타일이 대세지만 상의와 하의를 모두 현란한 디자인으로 ‘깔맞춤’하면 촌스러워 보인다. 스키장에 왔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면 과유불급을 명심할 것. 점퍼나 바지, 모자 등 어느 한곳에만 포인트를 주면 안정감 있는 스키장룩을 완성할 수 있다. 상의가 화려한 색상과 패턴이라면 하의는 검정 흰색 회색 등 톤다운 된 색상으로 연출하는 식이다.

슬림핏은 올해 스키장 패션의 또 다른 특징이다. 헐렁한 스타일로 자유로운 느낌을 추구하던 기존의 보드 패션은 ‘힙핏(Hip-fit) 스타일’로 불리며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하지만 올해는 스키와 스노보드를 불문하고 라인을 강조한 슬림핏이 등장했다. 등산복에서 시작된 슬림핏 열풍이 스키장에서도 시작된 것. 허리는 잘록하게, 다리는 길어 보이게 하는게 포인트. ‘쿠아’가 선보인 벨트포인트 스키점퍼는 슬림한 절개라인과 밴딩벨트로 허리 라인을 강조했다.

상급자 코스 난이도 상 ‘꽃보더남녀’ 따라잡기

형광색과 주황색 등 과감한 색상과 패턴, 다양한 프린트를 활용한 골드윈의 보드 재킷. 골드윈 제공

밀리터리룩 열풍이 스키장까지 이어지며 등장한 카무플라주 패턴은 너무 튀는 색상과 패턴이 부담스러울 때 고려할 만한 A style의 추천 디자인이다. A style은 남성 모델에게 밀리터리 느낌의 국방색 박스터 재킷과 카무플라주 패턴의 팬츠를 매치했다. 화려하면서도 남성다운 카무플라주 패턴의 바지가 자칫 칙칙해 보일 수 있는 국방색 재킷의 단점을 보완했다. ‘켈란’의 박스터 재킷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내부에 시즌 패스와 신분증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을 마련하는 등 실용성을 강조한 게 특징. 휴대전화 포켓에 사운드 시스템이 달려 있어 이어폰 없이도 통화할 수 있다.

남성 모델이 밀리터리룩으로 남성성을 보여줬다면 여성 모델은 핑크 톤의 기하학적 패턴 재킷과 비슷한 톤의 바지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바람에 날리는 긴 머리를 양 갈래로 따면 귀여운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특히 ‘골드윈’의 분홍색 재킷과 바지는 슬림하게 실루엣을 살린 게 특징이다.
▼ 방풍-방수 ‘하이브리드 아웃도어’에 액세서리로 포인트

중급자 코스 난이도 중 ‘하이브리드 아웃도어’ 따라잡기

하이브리드 아웃도어는 겨울철 어디에서 입어도 잘 어울린다. 여자모델은 레드 판초 재킷으로 깜찍함을 강조했고 남자모델은 구스다운 재킷에 노르딕 패턴의 스웨터를 매치해 따뜻한 느낌을 살렸다.

시즌 티켓을 끊지 않았다면 1년에 한두 번 가는 스키장에서의 패션을 위해 큰돈을 투자하는 게 아깝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럴 땐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하이브리드 아웃도어’로 눈을 돌려보자. 패딩 재킷은 스키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요즘 판매되고 있는 구스다운 제품은 두껍지 않으면서 보온성이 뛰어나고 방수 방풍 기능까지 갖췄다. 기능성 언더웨어와 이너웨어, 바람막이 재킷을 잘 갖춰 입으면 스키복 대용으로 충분하다.

보온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북유럽 스타일은 스키장과 일상 생활 모두에서 무난하게 어울린다. 남자 모델이 입은 스웨덴 아웃도어 브랜드 ‘피엘라벤’의 주황색 오빅(ovik) 파카는 길이가 긴 클래식한 구스다운 스타일로 방풍 방수 제품이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고 진짜 동물 털을 사용하지 않았다. 가슴에 사이드포켓과 아래에 큰 주머니가 달려 있어 실용적이다. 안에는 다크 네이비 색상의 노르딕 패턴 스웨터를 입어 보온성과 스타일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여성 모델이 입은 붉은색 판초 재킷은 ‘설원의 인디언’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끼와 두꺼운 남방을 매치하는 것도 일상복을 통해 스키장 느낌을 살리는 또 다른 방법이다. 노스페이스의 초록색 조끼에 셔츠 스타일의 후드티를 입으면 셔츠 안에 안감이 있어 따뜻하고 스타일도 살릴 수 있다.

●초보자 코스 난이도 하 겨울 액세서리 따라잡기


스키장에서뿐 아니라 겨울철 야외활동 시 착용해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액세서리들. 크록스의 크록밴드 2.5 윈터부츠와 빈폴아웃도어의 넥워머(위), 귀마개, 쟈카드모자(아래). 각 업체 제공

고글이나 장갑, 모자 등 액세서리들은 패션 아이템일 뿐 아니라 보온성을 높이고 신체를 보호하는 안전 장비 역할도 한다. 만약 트렌드에 맞춰 스키복이나 보드복을 장만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화려한 액세서리를 매치하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스타일리시한 패션을 연출할 수 있다.

고글은 자외선을 막아 시력을 보호해 주는 필수품. 시야 확보가 잘되고 오래 착용해도 습기가 차지 않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 디자인이 훌륭해도 습기로 시야를 가리면 사고를 부를 수 있다. 오클리의 ‘에어브레이크 고글’은 유광 블랙 색상의 프레임과 핑크빛이 도는 렌즈로 주·야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휠라는 렌즈 면에 은색으로 반사 처리를 해서 강한 느낌을 주는 고글을 새롭게 내놨다.

모자는 귀를 덮는 게 좋다. 니트 소재의 비니가 보온성도 좋고 멋스러운 연출을 돕는다. 최근에는 퍼(fur) 소재를 이용해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느낌을 강조한 제품이 많이 나왔다.

폴제니스나 노스폴 등 스키웨어 전문 브랜드에서는 빨간색이나 파란색 등 원색의 장갑과 모자를 선보이고 있다. 베이지색이나 흰색, 또는 차분한 컬러의 스키복과 함께 입으면 잘 어울린다. 빈폴아웃도어의 ‘집업 넥워머’ ‘케이블 니트 귀마개’ 등은 스키장 패션의 포인트가 되면서 겨울 산행이나 야외활동에서도 쓸 수 있어 실용적이다.

오클리의 ‘오버잇 글러브’는 검은색 보드 장갑으로 극세사 소재의 안감이 두 겹으로 구성돼 있어 보온성이 뛰어나다. 손등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장갑 온도가 최대 62도까지 올라가는 코오롱스포츠의 ‘히팅 글러브’도 있다.
▼ ‘눈의 나라’ 일본 스키장 한산… 노천욕은 덤


●여행사가 추천하는 해외 명품 스키장

본격적인 스키철인 요즘 국내 스키장에선 리프트 한번 타기 위해 수십 m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다. 설원의 탁 트인 전경을 감상하며 마음껏 속도감을 즐기고 싶다면 해외로 눈을 돌려보는 것이 어떨까.

최근 젊은 스키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해외 원정 스키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꾸준히 느는 추세다. 스키어들이 즐겨 찾는 해외 스키장은 미주, 유럽, 일본 등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A style이 주요 여행사들이 추천하는 지역별 명품 스키장을 한곳에 모아봤다.

고요한 설원서 속도 즐기고 온천욕까지

아무래도 해외 스키 여행에서 시간 및 비용 대비 가장 효과적인 곳은 일본이다. 국내 주요 여행사들이 가장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일본은 슬로프가 한산한 데다 노천욕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유명한 스키장들은 주로 ‘눈의 천국’인 홋카이도 쪽에 몰려 있다. ‘호시노 리조트 도마무’는 일본 최고의 파우더 스노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손꼽힌다. 총 17코스의 슬로프와 아이스 빌리지, 어드벤처 마운팅에 호화로운 호텔, 스파 시설을 갖췄다. 최장 활주로는 4500m에 이른다. 홋카이도 남서부에 위치한 ‘니세코 리조트’에서는 ‘북방의 후지 산’으로 불리는 순백의 요테이 산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총 61개 코스와 리프트 32기, 곤돌라 4기를 갖추고 있다. 최장 활주로는 5600m. 높은 적설량과 습기가 적어 보송보송한 파우더 스노로 인기가 많다. 일본 스키상품들은 숙박, 리프트권까지 포함해 2, 3박에 대개 100만 원 안팎이다.

대자연 속에서 만끽하는 스키의 진수

눈 덮인 로키 산맥이나 알프스 산맥의 깎아지른 듯한 설원에서 즐기는 스릴감 덕분에 스키 마니아들은 왕복 20시간이 넘는 먼 거리를 기꺼이 감수하고 미주나 유럽의 스키장을 찾기도 한다. 캐나다의 유명한 스키장들은 주로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와 앨버타 주에 밀집해 있다. 특히 휘슬러 산과 세계에서 휴가 보내기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로 손꼽히는 캐나디안 로키 산맥에 위치한 스키장들이 유명하다. 캐나다의 ‘휘슬러 리조트’는 북미 1위 스키 리조트이자 세계 3대 스키장 중 하나다. 총 규모가 30km²(약 900만 평)에 달하며 200 개 이상의 슬로프가 있다. 자연설로 뒤덮인 천혜의 풍경이 압권이다.

유럽의 경우 만년설로 덮인 알프스 산맥 자락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키장이 많이 모여 있다. 스위스 인터라켄 지역의 라우터브루넨, 그린델발트 마을 부근이나 프랑스 국경 지역인 몽블랑 산 자락의 샤모니 마을도 스키장으로 유명하다. ‘샤모니 스키장’은 세계에서 가장 긴 25km 코스를 갖추고 있다. 시간이나 거리의 제약 때문에 국내에서 출발하는 여행 상품은 그리 많지 않은 편. 프로그램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하나투어에서 운영하는 캐나다 휘슬러 패키지(6일)는 200만 원대부터 시작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