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원자력발전소가 고장 또는 점검 등의 이유로 멈춰서고 혹한까지 더해지면서 에너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자칫 나라 전체가 암흑으로 변하는 ‘블랙아웃(대정전)’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각계에 절전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아껴쓰고 나눠쓰자”고 외치는 에너지 정책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지속가능한 국가경영에 ‘빨간불’
결국 국내에서 중소형 발전소나 신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은 자리를 잡지 못했다. 지금과 같은 에너지 위기에서도 뾰족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기존 에너지 정책의 전환과 기업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계기가 절실한 가운데 마련된 것이 바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및 할당에 관한 법률안’이 올해 5월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지난달 15일 세부내용을 담은 시행령이 공포됐다. 이로써 한국은 유럽연합(EU) 호주 뉴질랜드 등에 이어 전국 단위의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확정한 나라가 됐다. 배출권거래제는 2015∼2017년 1차 계획을 시작으로 2차(2018∼2020년), 3차(2021∼2025년)에 걸쳐 진행된다. 1차 기간에는 배출권이 무상으로 할당되고 2차(3%), 3차(10% 이상)에서는 단계적으로 유상 할당 비율이 확대된다. 즉, 그만큼의 배출권을 대상 업체별로 비용을 들여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말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이듬해 6월에는 할당계획이 마련된다. 관련 고시 제정, 배출권거래소 설치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 국가 및 기업 모두에 위기이자 기회
배출권거래제를 먼저 시행한 EU 회원국들은 한국을 위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디르크 바인라이히 독일 환경·자연보전·원자력안전부 배출권거래총괄국장은 “시행 초기부터 정부와 산업계, 환경단체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레고리 바커 영국 에너지기후변화부 부장관은 “배출권거래제는 가장 중요하면서 비용이 적게 드는 온실가스 저감정책”이라며 “한국이 초기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정확한 배출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꼼꼼한 모니터링과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