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피노체트 독재정권 치하의 칠레에서 실종과 의문사 등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신화적 은유로 묵직하게 풀어낸 연극 ‘과부들’(위쪽 사진)과 코끼리의 동물원 탈출 사건을 통해 소통 불능의 현실을 풍자하는 우화 같은 연극 ‘그게 아닌데’. 극단 백수광부·극단 청우 제공
27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 3층 회의실에서 동아연극상 심사위원들이 최종심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치림(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 김중효(무대미술가·계명대 교수) 이병훈(연출가) 김윤철(국제연극평론가협회 회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노이정(평론가) 김방옥(평론가·동국대 교수) 이강백(극작가·서울예대 교수) 심사위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6월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한 ‘과부들’(아리엘 도르프만 작·이성열 연출)은 배우 29명이 출연하는 3시간 분량의 대작. ‘죽음과 소녀’로 잘 알려진 칠레 작가 도르프만의 작품이다. 1970년대 칠레 피노체트 독재정권 치하에서 실종, 고문 등의 폭력에 남편을 잃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이면서도 신화적 은유가 풍부하게 풀어냈다. 심사위원들로부터 공공극장에서도 무대에 올리기 어려운 공연을 민간극단이 올려 연극의 사회적 역할을 환기시켜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창작극 ‘그게 아닌데’(이미경 작)는 동물원에서 탈출해 도시 곳곳과 대통령 선거 유세장을 쑥대밭으로 만든 코끼리 사건의 책임 공방을 통해 소통 부재의 현실을 풍자했다. 심사위원들은 “우화적 연극인데 희곡, 연출, 연기가 촘촘하게 잘 구축됐다”고 평했다.
무대미술·기술상에서 올해 이름이 바뀐 시청각디자인상은 ‘꿈’(스트린드 베리이 작·이윤택 연출)에서 분장을 담당한 이지연 씨에게 돌아갔다. 분장 디자이너가 동아연극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씨는 특히 얼굴 분장으로 드라마틱한 표현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개념연극상은 올해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극단 성북동 비둘기의 ‘세일즈맨의 죽음’(아서 밀러 작·김현탁 연출)이 받았다.
신인연출상은 ‘The Game 죄와 벌’(김태현 작)을 연출한 김원석 씨가 받았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원작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객석 천장까지 연결한 오브제 사용기법이 돋보였고, 원작을 해체해 재구성한 부분이 러시아 사람들이 봐도 독특하게 느낄 만하다는 평가. 심사위원들은 “개념을 탄탄히 잡고 우직하게 밀고 가는 연출 스타일과 무대 미술이 조화를 잘 이뤘다”고 평했다.
2년간 수상자를 내지 못했던 희곡상 부문에서는 올해 수상자가 나왔다. ‘목란언니’의 김은성 씨. 이번 동아연극상 본심에 오른 33개 작품 중 ‘로풍찬 유랑극장’ ‘뻘’도 김 씨가 희곡을 썼다. “올해 연극계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을 양산한 작가” “특히 외국 고전을 한국적 상황으로 번안하는 능력이 출중하다”는 평이었다.
특별상은 올해 90세인 연극계 원로 여석기 전 고려대 영문학과 교수가 받는다. 여 씨는 연극전문지 ‘연극평론’을 창간했고,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장, 한국문화예술위진흥원장, 국제극예술협회 한국본부 위원장,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회장 등을 지내며 연극계 발전에 공헌했다. 시상식은 내년 1월 2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다.
△제49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극단 백수광부의 ‘과부들’
극단 청우의 ‘그게 아닌데’
연출상 김광보
희곡상 김은성
연기상 윤상화 이혜영
시청각디자인상 이지연
유인촌신인연기상 윤정섭 정운선
신인연출상 김원석
특별상 여석기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