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떡볶이가 아니라 떡폭탄이었다. 요즘 떡볶이에는 고춧가루가 아니라 화약을 쓰는 모양이었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고 눈물이 그렁해졌다. 그런 모습에 아내가 깔깔대며 웃었다.
집에 오는 길. 남자는 운전대를 잡은 채 계속 딸꾹질을 했다. 아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언제는 고급 뷔페에 가고 싶다더니, 막상 “뭐든 선택만 하라”니까 폭탄 떡볶이로 골탕을 먹이는 건 뭐란 말인가.
올해에는 고생을 더 시킨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둘만의 송년 만찬을 제안한 결과가 진땀 목욕과 고통스러운 딸꾹질이었다.
아내는 “유명하다니까 같이 와보고 싶었다”라고 했지만 남자의 귀에는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의 불평이 작은 다툼으로 이어졌고, 아내가 본심을 드러내는 것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돈 없다고 만날 투덜대니까 떡볶이 먹으면서 옛날 기분이나 내보려고 했어. 됐어? 앞으로는 두 번 다시 가자고 안 할 테니까 그만 좀 해.”
남자는 머쓱해져서 라디오를 켰다. 진행자가 이야기를 읽어주고 있었다.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아내에게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답니다.
아내는 섭섭했지만 그 말을 따르기로 했죠. 혼자 장을 보러 다니는 것은 물론, 매일 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가서 점자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1년이 흘렀고, 생활에 적응이 되어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답니다.
어느 날, 아내는 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가다가 라디오에서 나온 청취자 사연에 감동을 받았어요. 남편의 정성 어린 사랑에 대한 내용이었죠. 그녀는 나지막하게 혼잣말을 했습니다.
“그런 남편을 두었다니 참 부럽네.”
앞자리의 버스 기사가 그녀의 말을 듣고는 말했답니다.
아내가 흠칫 놀라 뒤로 손을 뻗자, 누군가의 손이 그녀의 손을 마주 잡았습니다. 투박하지만 익숙한 손이었죠. 그녀는 그 손을 꼭 쥔 채 놓지 않았답니다.>
남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여자들이 슬프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는 먹는 것으로 푼다는 얘기를 들어본 기억이 났다. 단것이든 매운 것이든.
아내 또한 그럴 것이었다. 특히 남편이 남의 편처럼 느껴져서 외로울 때면.
남자는 아내 눈치를 보고 슬며시 말했다.
“떡볶이 먹으러 딸꾹, 또 가자. 먹다 보면 적응되겠지 딸꾹.”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