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人事)는 웬만한 측근들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철통 보안 속에서 이뤄진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인선 내용도 윤창중 수석대변인이 사전에 전혀 모른 채 밀봉된 봉투를 뜯어 내용을 보고 발표했다. 그래서 ‘밀봉인사’라는 조어(造語)까지 등장했다. 박 당선인은 올해 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명단이 발표 하루 전에 보도되자 “지난번 비대위는 어떤 촉새가 나불거려 가지고…”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 당선인에게 ‘촉새’로 찍히면 당사자는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그런 탓인지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앞장서서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손사래를 친다. 친박의 한 관계자는 “박 당선인 스타일을 잘 아는 측근들은 가만히 숨죽이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설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인수위나 청와대 자리는 한정돼 있고 들어가려는 사람은 줄을 서 있으니 인사 경쟁은 총성 없는 전쟁과 다름없다. 특정 인사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면 곧바로 그를 헐뜯는 소문이 유포된다. 인사 잡음은 정권 실세들의 권력투쟁으로 번지기 마련이다. 누구는 밀고 누구는 떨어뜨리려는 ‘촉새들의 전쟁’이다. 이명박 정부 초반에 청와대와 중앙부처 인사를 놓고 이상득 박영준과 정두언은 정면충돌했고 그 앙금이 5년 내내 이어졌다. 박 당선인이 철통 보안을 강조한 배경에는 이런 인사 잡음을 막으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