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의 콜라를 1000엔에 파는 법’
나가에 아키라(永江朗) 와세다대 교수는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밀리언셀러가 없어진 원인을 “디플레이션 와중에 독자들이 싼 책을 찾는 경향이 심각해졌다. (가격이 낮은) 문고판이 나오길 기다리거나 중고 책 서점이나 도서관을 찾곤 한다”고 설명했다.
불황 중에 어떤 책들이 그나마 많이 팔렸는지 분야별 순위를 살펴봤다. 눈에 들어오는 제목 하나, ‘100엔의 콜라를 1000엔에 파는 법’(100엔은 약 1236원). 경영경제 서적 중 판매 2위를 차지했다.
책은 모두 10장으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 철도회사가 쇠퇴한 이유’, ‘고객 요구에 100% 응해도 0점’, ‘신상품은 반드시 팔리지 않는다?’ 등이다. 분류는 경영경제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8장 ‘100엔 콜라를 1000엔에 파는 방법’에는 실제 콜라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에서 캔 콜라 하나는 약 100엔. 하지만 장소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난다. 대량으로 판매하는 할인점에서는 50∼60엔 한다. ‘잃어버린 20년’을 보내면서 조금이라도 싼 물건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경쟁력도 높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똑같은 콜라를 1000엔에 팔까? 저자는 리츠칼턴호텔 룸서비스 가격이 1035엔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캔 속에 든 액체는 똑같지만 맛은 분명 차이가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호텔에서 콜라를 주문하면 약 15분 후에 나온다. 가장 맛있는 온도로 냉장해 라임, 얼음과 함께 방으로 가져온다. 이때 고객은 검은 액체 콜라를 마시는 게 아니라 리츠칼턴호텔의 서비스를 콜라와 함께 맛본다. 그런 고객들은 웃돈을 주는 데 인색하지 않다.
저자는 할인점 콜라를 ‘프로덕트(product) 세일’, 호텔 룸서비스 콜라를 ‘밸류(value) 세일’이라고 이름 붙였다. 프로덕트 세일은 대량으로 생산, 공급할 수 있는 대기업에 적합하다. 철저하게 가격 할인을 목표로 한다. 반면 밸류 세일은 제품에 서비스라는 무형의 부가가치를 얹기 때문에 서비스 기업에 적합하다. 가격 할인보다는 서비스 향상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오히려 정가보다 10배 더 받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시사점이 머리에 남는다는 게 이 책의 경쟁력인 것 같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