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대통령-朴당선인 청와대 회동… 무슨 얘기 오갔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백악실에서 만나 40분 동안 배석자 없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민생예산 특별히 강조
박 당선인을 수행한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두 사람이) 국정인수에 관한 전반적 문제에 대해 말씀을 나눴다”며 “(박 당선인이) 특히 강조한 것은 민생예산”이라고 전했다.
박 당선인은 조 대변인에게 “‘모두 반영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말을 기자들에게 꼭 전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민생을 각별히 챙기고 있고, 이 대통령도 적극 협조하고 있음을 꼭 알려 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 대변인은 브리핑 자료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굵은 글씨로 강조했다.
박 당선인이 이 대통령에게 협조를 부탁한 민생예산은 0∼5세 전면 무상보육과 대학 반값등록금 관련 예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무상보육과 반값등록금을 약속했지만 정부는 “재정 적자가 우려된다”며 반대해 왔다. 내년부터 0∼5세 전면 무상보육을 실시하려면 기존 정부 예산안에 담겨 있는 ‘선별 보육예산’ 4조7000억 원 이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가로 1조4000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청와대는 회동에 앞서 이미 ‘박근혜 예산’이 반영된 정부 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김대기 대통령정책실장이 최종 조율을 위해 직접 국회를 방문했다는 말도 들린다. 27일에는 장윤석 예결특위 위원장과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모여 ‘박근혜 예산’의 반영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예산을 깎을 때는 국회가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늘릴 때는 정부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 이날 회동에서 박 당선인의 ‘협조 요청’은 새로 예산을 추가해 달라는 요구라기보다 자신의 요청을 모두 들어준 데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 대변인 발표 여섯 문장이 전부
두 사람의 회동 시간은 40분이었지만 조 대변인의 브리핑 시간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민생예산을 강조했다는 내용의 여섯 문장이 전부였다. 조 대변인은 ‘다른 대화는 없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당선인 본인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내게 말해줬고 충분히 전달한 것 같다”며 “당선인의 스타일을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짧게 몇 마디를 전해줬고, 조 대변인은 더이상 질문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날 회동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았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대통령은 회동 직후 참모들에게 “(회동이) 잘 끝났다. 좋은 대화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박 당선인을 현관까지 나와 맞았다. 경호차량인 벤츠 S600 승용차를 타고 청와대로 들어온 박 당선인을 평소 이 대통령이 출퇴근하는 곳에서 내리도록 한 것도 예우 차원이었다.
이 대통령은 박 당선인이 도착하기 전부터 1층 현관 안쪽에서 기다렸다. 차에서 내린 박 당선인이 하금열 대통령실장 등과 인사를 나누자 이 대통령은 “추운데 빨리 들어와요. 환영해요”라며 반겼다. 이 대통령은 2층 환담장에서 취재진을 향해 “1층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여기서 또 찍네”라며 웃은 뒤 “여기서 악수 한 번 더 합시다”라며 박 당선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대통령직 인수와 관련해 박 당선인은 “어제(27일) 인수위원장을 발표했고 인수위 위원도 조만간 마무리 지으려 한다”며 “가능하면 차분하고 조용하게 (인수 작업을 해야) 그것이 국민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이상훈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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