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자릿세 못내는 주민들, 입구에 물건 펴놓고 호객등굣길 아이-시장 온 주부들, 영어상표 중국산 가방 들고다녀1월2일 신년 특집방송주민15명 탈북 전과정도 방영
10월 중순 촬영된 북한 양강도 혜산시 혜산시장 입구 모습.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뒤섞여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채널A 제공
촬영은 중국 창바이(長白)조선족자치현과 마주 보고 있는 양강도 혜산에서 주로 이뤄졌다. 거리에는 ‘김정은 장군 만세’ 등 올해 새로 세워진 입간판이 다수 보였으며 국경에는 새로 설치된 철조망이 수시로 눈에 띄었다. 전기·수도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주민들은 얼음이 떠 있는 찬 압록강 물로 빨래하고 그 물을 식수로 길어가기도 했다.
중국 수입품으로 채워진 혜산시장에는 생필품부터 고가품까지 다양하게 구비돼 있었다. 생과일, 스팀다리미 등 웬만한 물품은 다 갖춰져 있었다. 등굣길의 아이들이나 시장의 주부들도 상표가 영어로 적힌 중국산 가방을 예사로 들고 다녔다.
시장 자릿세를 감당할 수 없는 주민들이 시장 초입에서 물건을 펼쳐놓고 호객행위를 하는 ‘메뚜기 장사’도 목격됐다. 떠돌아다니며 구걸로 연명하는 ‘꽃제비’들은 시장 안팎에서 수시로 발견됐다. 겨울이면 동사한 꽃제비 시신이 빈번하게 발견되지만 너무 흔해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값비싼 털코트를 입고 장보러 나온 부인이 있는가 하면 최소 6000위안(약 100만 원)에 거래되는 중국산 오토바이가 여러 대 목격되는 등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진 사실도 확인됐다.
취재팀은 혜산에서 중국을 거쳐 동남아시아 제3국까지 주민 15명이 탈북하는 전 과정을 밀착 취재하는 데도 성공했다. 탈북자는 성인 12명, 어린이 3명으로 이 중에는 혜산시장에서 꽃제비 생활을 하던 김진혁(가명·7) 군도 포함됐다. 김정은 체제 후 국경 단속이 강화된 상황에서 대규모 탈북이 성공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은 동남아 두 나라에 분산 수용돼 있으며 두 나라 정부와의 출국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 [채널A 영상] 단독/‘꽃제비’ 진혁이의 슬픈 겨울…北 내부영상 첫 공개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알려드립니다]2012년 12월 29일자 A1면
◇지난해 12월 29일자 A1면 ‘채널A 국내언론 최초 김정은의 北 내부영상 입수’에서 ‘북한을 왕래하는 인사의 협조’는 ‘갈렙선교회의 협조’였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