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북아 새해부터 격랑 예고
아베 총리의 재등장과 함께 일본 극우 진영의 ‘안보 내셔널리즘’이 전면에 부각하고 있다. 미일동맹을 지렛대로 일본의 군사적 역할과 활동 범위를 동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확대해 군사 대국으로 거듭난다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대중 관계도 자체적인 군사 역량을 강화한 뒤에야 중국의 태도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동아시아 패권 경쟁이 불꽃 튀는 대결 구도로 향하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는 것.
동북아 맹주를 향한 역내 국가의 다툼을 알리는 총성은 아베 총리 취임 첫날 울렸다. 그는 취임식 직후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에게 국가 방위의 기본 방침을 담은 방위계획대강(방위대강)과 미일방위협력지침(일명 가이드라인) 수정을 지시했다. 헌법 해석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확보 방침도 직접 밝혔다. 군사 대국화의 길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다. 아베 정권이 새로 짜는 내년 방위 예산도 11년 만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는 미군 지원을 위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부터 실현될 개연성이 크다.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킨다는 명분이 있는 데다 헌법 해석만 바꾸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뒤 헌법 개정의 문턱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전쟁과 군대 보유 금지를 명기한 평화헌법 9조 개정 수순으로 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국장은 “아베 정권이 내놓은 헌법 개정과 집단자위권 행사 검토 등 이니셔티브를 통해 미국은 일본과의 군사동맹을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미국-호주 수준으로 격상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송주명 한신대 교수는 “일본은 공격적 동맹 모델인 영미동맹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극단적인 가정을 하면 중국에 맞먹는 수준의 전략무기 체제를 갖출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젠-20(J-20)’ 스텔스기 시험비행 성공에 맞서 미국의 첨단 스텔스 항공기인 F-35 도입을 결정한 데 이어 항공모함 편대 운용 등 중국을 제압할 공격형 전력 체제로 개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아베 정권이 말과 달리 현실주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미레야 솔리스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정책 선임연구원은 “아베 총리는 2006년에도 총리 취임 후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자제하는 등 중도 노선으로 돌아섰다. 이번에도 군사력 강화보다 경제 회복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