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다음의 과제… 30대 “양극화 해소” 60대이상 “대통합”
○ 세대별 관심의 차이
동아일보와 채널A가 지난해 12월 29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차기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로 응답자의 28.6%가 경제성장을 꼽았다. 연령과 지역, 지지 정당과 무관하게 모든 층에서 경제성장은 차기 정부의 첫 번째 과제였다. 이어 양극화 해소(16.5%)와 경제민주화(14.1%)가 비슷한 수치였다.
다만 연령별로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달랐다. 30대는 양극화 해소(19.9%)와 경제민주화(19.6%)에 대한 요구가 전체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반대로 경제성장(23.7%)에 대한 주문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가장 낮았다. 30대가 경제적 소외감이 가장 크다는 얘기다.
60대 이상은 차기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로 경제성장(32.3%)에 이어 국민통합(19.3%)을 꼽았다.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극심한 세대별, 지역별 대결 양상에 대한 우려감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30, 40대 여성에서는 각각 19.1%, 16.8%가 교육개혁을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높은 이들 세대에서는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방증이다. 40대 남성에서는 정치쇄신(14.7%)에 대한 주문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 중산층 시대? 30대 가장 부정적
30대에서는 실현이 어렵다는 의견이 69.8%로 실현 가능하다는 의견(27.3%)보다 훨씬 많았다. 20대(54.1%)와 40대(52.4%)에서도 실현이 어렵다는 쪽이 많았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76.9%, 50대에서는 64.4%가 실현 가능하다고 답했다.
정당 지지자별로 보면 새누리당 지지자 중에서는 실현 가능하다는 의견이 75.6%였지만 민주통합당 지지자 중에서는 실현이 어렵다는 의견이 71.1%였다. 박 당선인에 대한 지지 여부에 따라 ‘중산층 70% 시대’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크게 엇갈린다는 얘기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스스로 중산층이 아닌 서민층이라고 생각할수록 ‘중산층 70% 시대’에 회의적이라는 점이다.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57.6%가 ‘중산층 70% 시대’가 실현 가능하다고 답했지만 자신이 서민층이라고 밝힌 응답자 중에서 그 비율은 47.8%였다. 반면 실현이 어렵다는 응답은 서민층이 47.4%로 중산층(38.9%)보다 많았다.
이번 조사에서 스스로 중산층이라는 응답자는 28.0%, 서민층은 62.3%였다. 7.2%는 빈민층, 1.5%는 상류층이라고 밝혔다. 박 당선인이 ‘중산층 70% 복원’에 성공하려면 서민층과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층에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 먼저 신뢰를 얻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이 임기 5년간 135조 원을 들여 민생복지 공약을 실천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세대별로 의견이 갈렸다. 50대의 53.2%는 ‘수정해야 한다’고 답해 ‘실천해야 한다’는 응답(44.4%)보다 많았다. 세금 부담이 큰 50대에서는 공약 실천보다 재정건정성을 더 중시해야 한다고 주문한 셈이다.
반면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경제 소외감이 큰 20, 30대에서는 각각 57.6%와 54.2%가 ‘실천해야 한다’고 답했다. 60대 이상에서도 ‘실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52.1%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40.9%)보다 많았다. 그만큼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 복지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60대 이상에서도 상당히 크다는 얘기다.
스스로 서민층이라는 응답자의 55.8%가 공약 실천을 강조한 반면 중산층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55.2%는 공약 수정을 요구한 것도 세금 부담과 복지 혜택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인식 차이로 보인다. ‘복지 증세’에 앞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차기 정부의 숙제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박 당선인의 민생복지 공약에 대해 53.0%가 ‘수정해야 한다’고 답해 ‘실천해야 한다’는 의견(45.5%)보다 많았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실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59.1%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39.7%)을 앞섰다. 박 당선인이 상대 진영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해서라도 민생복지 공약을 실천해야 하지만 한편으로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자신의 지지층의 여론도 의식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재명·손영일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