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앞둔 프로농구, 사자성어로 짚어본 판세
이번 시즌 SK의 선두(21승 5패) 질주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잘해야 6강 정도로 봤다. 지난 시즌까지 최근 10시즌 중 5위가 최고 성적일 만큼 만년 하위 팀이었다. 몸값이 비싼 스타 선수들을 데리고 있으면서도 성적은 늘 별로여서 ‘모래알’ 팀으로 불렸다. 그랬던 SK가 완전히 달라졌다. 지역방어의 한 형태인 드롭존 수비가 위력을 떨치면서 경기당 평균 실점을 지난 시즌 80.8점에서 이번 시즌 68.2점으로 줄였다. 10개 팀 중 최소 실점이다. 여기에다 2년차 징크스 없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김선형과 신인왕 후보 1순위 최부경, 최고 용병 애런 헤인즈까지 가세하면서 환골탈태(換骨奪胎)했다.
동부의 급전직하(急轉直下)도 예상밖이다. 지난 시즌 정규 리그 역대 최다승(44승)과 최고 승률(0.815), 최다 연승(16연승) 기록을 세운 동부가 이 정도로 바닥을 길 줄은 아무도 몰랐다. 9승 17패로 9위다. 윤호영의 상무 입대와 로드 벤슨(LG)의 이적으로 고공 삼각편대가 무너지면서 산성(山城) 수비마저 허물어졌다. 지난 시즌 최소 실점(평균 67.9점) 팀에서 이번 시즌 최다 실점(평균 76.8점) 팀으로 추락했다. 후반의 급격한 체력 저하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최근 조직력이 살아나 4연승하며 분위기를 바꿔 놓은 게 다소 위안이 되고 있다. 강동희 동부 감독은 “아직 늦지 않았다”며 6강 진출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