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울한 자화상이 묘한 정감
오정희 씨(왼쪽)와 성석제 씨
‘옷장에는 옷을’은 옷장에 목을 매고 죽으려는 사람, 그 사람과 옷장의 얽힌 관계와 인연, 죽음을 택한 이유 등이 복합적으로 긴장을 조성하지만 마지막 부분이 김이 빠진 풍선처럼 ‘상식’으로 돌아간 것이 허망하다는 느낌을 준다. ‘실종’은 40, 50대 중년 남자들이 생각하고 살아가고 발언하는 것, 혹은 침묵과 우울을 소설로 옮겨놓은 것이 만만치 않은 작가의 저력을 느끼게 해주지만 마지막에 조금 더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그 무엇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당선작 ‘펑크록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는 참신하다. 항용 이런 스타일의 소설에 있기 쉬운 작은 실수도 보기 어렵다. 펑크록을 좋아하던 사람들, ‘좋아하여 좋아 보이고 좋던’ 시절을 흘려보낸 그들의 우울한 자화상, 남루한 초상이 묘한 정감을 자아낸다. 그것은 60년대, 70년대, 80년대, 90년대, 2000년대를 흘려보낸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