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입사에 성공한 마이스터高 1기생들의 함성
지난해 12월 18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한가운데에 있는 영빈관에서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마이스터고 1회 졸업 예정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생전에 이곳 영빈관에서 기술직 직원들과 불고기 파티를 하거나 씨름판을 벌이며 기술 인재에 대한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했다. 현대중공업 제공
지난해 12월 18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594만 m²(179만여 평)에 이르는 공장 마당에는 땅과 바다를 가리지 않고 건조 중인 선박들과 온갖 설비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선박마다 수백 명씩 배치된 기술직 인력들이 작업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작업장에는 용접 불꽃 튀는 소리와 선박용 철재를 잘라내는 굉음이 가득했다.
옆에 있는 동료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 작업장에 앳된 얼굴의 신입사원들이 들어섰다. 지난달 3일부터 사내 연수 중인 마이스터고 출신 고졸 신입사원들이었다.
○ 미래 명장을 꿈꾸는 ‘정주영 키즈’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생전 “기술인의 장인혼(匠人魂)이야말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모든 산업의 근간은 제조업이며, 제조업의 경쟁력은 기술에서 나온다는 신념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창업주의 뜻에 따라 1991년부터 대졸 신입사원들에게도 입사 후 두 달간 현장 기술을 익히게 하는 ‘장인혼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마이스터고 출신들을 뽑은 것도 생산 현장에 대한 확고한 철학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이번에 뽑은 2월 졸업 예정 고교 생산기술직 사원 114명 가운데 19명이 마이스터고 출신이다.
마이스터고 출신 신입사원들은 다른 생산기술직 직원들과 달리 6개월 과정의 기술교육원과 1, 2년 과정의 사내 협력업체 근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마이스터고 학생들이 3년간 주말도 없이 연마한 기술 수준이 워낙 높다”며 “모셔올 가치가 있는 경쟁력 있는 인재”라고 말했다. 이번 입사자 중에는 기능대회에서 현직 기술자들과 겨뤄 입상한 사람도 여러 명 있다.
삼성전자에서 기술자로 일하는 아버지와 친인척을 보며 자란 황성서 군(19·경북 금오공고)은 중학교 때 자신의 꿈을 마이스터로 정했다. 황 군은 “정주영 창업주의 뜻처럼 한국 대기업들이 세계 일류상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제조업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현장을 지키는 장인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마이스터 “창조적 기술자가 되어라”
현대중공업 고윤열 기장(技長)은 작업장에서 자식뻘인 후배들을 만나자마자 “우리가 나라를 살찌웠으니 너희들이 무역 2조 달러 시대를 열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어깨를 두드려주며 격려했다.
선박용 철판 제관 분야에서 대한민국 산업명장에 선정된 고 기장은 39년째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전설 같은 존재다. 그는 가정형편 탓에 고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16세의 어린 나이에 기능공이 되기 위해 부산공공직업훈련소 문을 두드렸다. 고 기장은 “당시엔 일반계 고교에 진학해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이 어찌나 부러웠던지 내 신세를 한탄했던 적도 많았지만 지금 또래 친구들 가운데 일을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소개했다.
울산=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