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박병호. 스포츠동아DB
■ 홈런왕·MVP 거머쥔 2012년 최고의 선수, 넥센 박병호
승엽형이 인정해준 내 와일드 스윙법
자신감 생겨 올해엔 더 과감하게 쾅!
홈런왕 예상 라이벌요?
최형우 김태균 이승엽 김상현과 5파전
선배님들, 한번 제대로 붙어봅시다!
넥센 박병호(27)가 40홈런에 도전한다.
● 딴 세상을 산 것 같아요!
-2012년의 모든 일을 축하한다. 정말 소원 풀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한 해 동안 딴 세상을 산 것 같아요.”
-시상식이 많았다. 어떤 기분이 들었나?
-연습벌레인데, 훈련할 시간이 모자랐겠다.
“틈틈이 했어요. 시상식 다니면서 ‘내년에 좀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2012년 성적에 취하면 안 되니까요. 제게 축하를 해주신 많은 분들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는 않아요.”
-2013년은 어떨까? 40홈런 쳐야 하는 것 아니야?
“재미있을 것 같아요. 자신감이 많이 생겼거든요. 2011년 후반기 넥센으로 오면서 계속 좋아지고 있으니까요. 근데 40홈런, 어떻게 아셨어요?”
“네, 맞아요. 40홈런이 목표죠.”
-‘2년생 징크스’를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다.
“2년생 징크스는 없었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저의 2년째는 2012년이에요. 2011년 후반기에 풀타임으로 뛰면서 12홈런을 쳤죠. 지난해가 사실 걱정이 되긴 했는데, 예상 못한 홈런왕이 됐고요. 잘 이겨냈다고 생각합니다.”
● 40홈런-2년 연속 홈런왕!
-올해 목표를 40홈런으로 잡았다.
“계속 도전해야죠. 잘 아시겠지만, 제 꿈은 40홈런을 넘어 언젠가 50홈런을 치는 겁니다.”
-올해는 견제도 많을 텐데.
“두렵지 않고요. 작년처럼 거침없이 스윙할 겁니다. 저도 많이 늘었거든요. 자신감도 생겼고, 기술적으로도 많이 좋아졌어요.”
-기술적으로 좋아졌다는 건 무언가?
“몸쪽 공에 약해서 왼팔을 펴지 않고 스윙하는 훈련을 많이 했는데, 효과를 봤고요. 투 스트라이크 이후 오른팔을 놓고 한 손으로 타격하는 점도 좋아졌어요.”
-40홈런 타자는 국내선수 가운데 몇 명 없다.
“50홈런을 때린 이승엽, 심정수 선배가 있고요. 그 뒤로 정말 존경하는 장종훈 코치님, 박경완 선배, 이대호 선배가 있죠. 정말 이름만 들어도 훌륭한 선배님들이시죠.”
-40홈런을 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뭘까?
“첫째는 거침없는 스윙이죠. 타석에서 거침없고 와일드하게 스윙하는 게 중요합니다.”
-스스로의 스윙이 거칠다고 생각하는구나.
“네, 맞아요. 제 스윙은 아직 정돈이 덜된 스윙이죠. (2012)시즌 도중에 이승엽 선배님께 큰 힘이 되는 말을 들었어요.”
-어떤 이야기인가?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병호야! 나도 너처럼 와일드한 스윙을 한 번 해보고 싶다. 나는 너의 그런 스윙이 부럽다.’”
-어떤 생각이 들던가?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홈런타자가 칭찬을 해주신 거예요. 와일드한 내 스윙이 부럽다고요. 여름이었는데, 그날 이후 며칠 동안 그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병호야! 나는 네 와일드한 스윙이 부럽다.’”
-40홈런 때리면 홈런왕도 되겠다.
“40홈런만 칠 수 있다면 홈런왕 안 돼도 좋죠. 40홈런을 치면서 몇 명이 홈런왕 싸움을 할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 최형우, 김태균, 이승엽, 김상현, 박병호의 5파전!
-박병호가 꼽는 홈런왕 후보는 누구인가?
“이승엽, 김태균, 최형우(삼성), 김상현(KIA) 선배요. 모두 홈런왕을 했고, 30홈런 쳐본 타자들이잖아요.”
-그럼 5파전이네?
“네. 제가 선배들을 꼽는 근거가 있어요.”
-들어보자. 재미있겠다.
“이승엽 선배는 지난해 복귀 부담 때문에 홈런에 치중하지 않으셨죠. 올해는 분명 홈런 개수가 늘어날 겁니다. 김태균 선배는 포커스를 홈런 쪽에 맞춘다면 30홈런은 어렵지 않을 거고요. 최형우 선배는 지난해 부진했지만, 홈런을 칠 수 있는 좋은 스윙을 갖고 있죠. 김상현 선배는 한 번쯤은 폭발할 때가 된 것 같아요. 부상만 없다면 파워는 5명 중 최고니까요.”
-‘투고타저’의 시대다. 40홈런이 나올 수 있을까?
“쉽지 않죠. 외국인투수들의 기량도 뛰어나고, 변화구도 많고, 볼도 빠르고. 하지만 흐름 싸움인 것 같아요. 초반에 홈런레이스가 멋지게 시작된다면 40홈런도 가능하다고 봐요.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류현진(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 갔으니까, 홈런이 좀더 많이 나오겠죠?”
● 이승엽, 김태균 선배! 또 한번 도전합니다!
-넥센은 올해 어떨까?
“신나는 야구 하겠죠. 점수 많이 내고, 도루도 많이 하고. 팬들에게 즐거움을 듬뿍 줄 수 있는 야구 할 겁니다.”
-4강 가능성은?
“해야죠. 그게 모두의 꿈이니까요. 넥센이 4강 갈 때도 됐잖아요.”
-혹 성적에 대한 부담은 없니?
“전혀요. 전 열심히 하고, 성적은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겁니다. 40홈런을 칠 수도 있고, 20홈런을 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열심히 한 성적표니까요. 전 긍정적입니다.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지, 걱정을 미리 당겨서 하지는 않아요.”
-WBC에 출전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겠다.
“조금요. 하지만 모두 저보다 훌륭한 선수들이잖아요. 이승엽 선배, 김태균 선배, 이대호 선배 모두 대한민국의 4번타자들인데요. 전 이승엽 선배나 김태균 선배가 고마워요.”
-왜?
“개인적으로 제게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항상 제가 도전할 수 있는 위치에 계시거든요. 작년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으면서 ‘내가 어떻게 이승엽, 김태균을 이겼지?’,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올해도 두 선배에게 또 한 번 도전하겠습니다.”
박병호는?
▲생년월일=1986년 7월 10일
▲키·몸무게=185cm·97kg(우투우타)
▲출신교=영일초∼영남중∼성남고
▲프로 경력=2005신인드래프트 LG 1차 지명·입단, 2011년 7월 넥센 이적
▲2013년 연봉=2억2000만원
▲2012년 성적=133경기 469타수 136안타(타율 0.290) 31홈런 105타점 76득점 20도루
▲수상경력=2012년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골든글러브(1루수 부문), 홈런·타점·장타율 1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