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영상 캡처
어제 일산의 필기구 공장에서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김형성 소방장의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우리는 김 소방장과 같은 영웅들이
목숨을 잃고서야
소방관들이 처한 현실을
조금 알게 되죠.
그리고 트라우마 속에서도
시커먼 연기와 화염으로
뛰어드는 소방대원들.
이들의 이야기를
배혜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채널A 영상] 죽음 부르는 열악한 환경…사선 위의 소방대원
[리포트]
어제 일산 공장 화재를 진압하러 나섰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고 김형성 일산소방서 소방장.
서 있을 힘조차
남아있지 않습니다.
"우리 아들 잘 살려주지.."(오열)
김 소방장은
소방관이 된 지 한 달된 후배들을 데리고
현장에 들어갔다가
후배들을 구하려다 참변을 당했습니다.
[인터뷰: 김권운 일산소방서장]
"직원들과는 둘도 없는 착실하고 솔선수범하고. 야식 당번해주는 직원이었어요. 순간적으로 불길이 뒤로 가는 것을 느끼고 나오려다가 입구가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습니다."
김 소방장이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
같은 소방서에서 근무하던
김상민 일방도 목숨을 잃었습니다.
추락사고를 당한 뒤
후유증을 견뎌내지 못한 겁니다.
김 일방의 어머니는
스물 두 살 아들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마르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상민 일방 어머니 이정이 씨]
"두꺼운 경제라고 쓰여있는 책이 있다고 그거하고 겨울 옷좀 부쳐줘 해서 사놓고 아침에 부치려고 했는데 그날 오후에 연락을 받았어요. 오후에 사고났다고.."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소방관은
지난 한 해에만 부산과 군산, 인천 등
전국에서 8명에 달했습니다.
화재 진압 현장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인터뷰: 김민호 남양주소방서 소방장]
"공기압기 하나 메고 장비 20킬로 차고 불이 쫙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공기 다 떨어져요. 그러면 바로 또 들어가야 돼요. 근데 사실 한 번 갔다오면 한 10분은 쉬어야 합니다. (하지만)인원이 없으니까 또 들어가야 돼요."
결국 지난해 9월27일
남양주소방소의 김성은 소방경도
무리한 현장 투입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인터뷰: 박미숙 남양주소방서 소방장]
"24시간 근무인데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오후)11시 반쯤에 출동을 해서 아침까지 계속 화재 현장에서 화재 진압활동을 했으니까. 지치고 피곤하셨겠죠."
고질병같은 인력 부족, 그리고 부실한 장비는
소방관들을 안전 사각지대로 내몹니다.
구미 불산가스 누출 때
화학 보호복이 없어
방수복을 입고 투입됐던 소방관들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구미소방서 옥계센터장]
"이상 징후는 얼굴에 반점이 생겨요. 3, 4일 지나니까 입에서 입안이 다 터지더라고요. 칫솔로 (이를 닦으면) 피가 막 나오더라고."
무엇보다도 소방대원들을 괴롭히는 건
자칫 죽을뻔했던 아찔한 사고 현장의 기억입니다.
[인터뷰: 유승걸 남양주소방서 소방대원]
"화재 진압을 갔는데 공장이었어요. 2층 진입을 해서 화재진압하는데 1층에 2층에 열 때문에 밑에서 복사열이 올라와서 갑자기 1층에 불이 붙어서 우리가 2층에 갇히게 된 거죠."
사고의 충격 이후 불안 증세를 보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인터뷰: 김민호 남양주소방서 소방장]
"좀 두렵기도 하고 사실은. 저희 직원들 소방관들 두 명 화재현장에서 죽은 사고가 있었어요. 그 이후에 같이 근무했던 직원이 있었는데 그 직원. 트라우마 때문에 제가 알기로 사직서 쓴다고 그랬던 것 같아요."
증세가 심각해지면서 결국
자살을 택한 소방관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5년 동안
29건이나 발생했습니다.
화염 속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소방관들.
더 이상 동료들의 억울한 죽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인터뷰: 김권운 일산소방서장]
"이렇게 보냅니다만, 우리 직원들 잊지 않고 오래오래 기억할 겁니다"
채널A 뉴스 배혜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