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장애인단체 간부가 지원대상자 딸에 몹쓸짓… 고소되자 “지원 끊겠다” 협박법원, 엄벌 필요성 인정하면서도 “고령-합의 참작” 집유
종교계에서 운영하는 모 장애인단체 본부장 권모 씨(72)는 2011년 가정방문을 통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돌봤다. 그러나 그는 지원 대상 장애인 중 한 명인 조모 씨의 집에서 악마로 돌변했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조 씨의 집에서 조 씨 딸(12)의 팬티 속에 손을 넣는 등 수차례 성추행했다. 조 양을 무릎에 앉혀 놓고 가슴을 만지며 태연하게 “아빠 말 잘 듣고 학교 잘 다니라”고 했다. 조 양은 싫었지만 아빠를 돌봐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꾹 참았다.
권 씨는 그 집에 놀러온 조 양의 친구 임모 양(12)에게도 마수를 뻗쳤다. “너는 살을 조금 빼면 예쁠 것 같다”며 세 차례 임 양의 가슴을 만졌다.
그러나 권 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용관)는 2012년 12월 28일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이 12세의 피해자들을 강제 추행하고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아 엄벌에 처해야 하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피고인이 초범이고 고령에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을 참작해 형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아동 성추행을 저지르고도 부모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일은 이번뿐이 아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제주에서 태권도장에 다니던 8세 여자 어린이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태권도장 관장(47)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피해자 부모와 합의했다는 이유였다. 같은 해 8월 서울동부지법도 치료차 찾아온 16세 남자 중학생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한모 씨(71)에게 같은 이유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비록 권 씨가 장애인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보호하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유린했다는 점에서 중형이 선고됐어야 마땅한 사건”이라며 “아동 성범죄는 사회적 파급력이 큰 만큼 개인 간 합의 여부를 감안해 형벌의 수위를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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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