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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오랜만입니다] 국내 첫 full 3D 영화 ‘미스터 고’ 들고 4년 만에 돌아온 김용화 감독

입력 | 2013-01-02 03:00:00

오! 브라더스·315만 명… 미녀는 괴로워·662만 명… 국가대표·849만 명
“소박 중박 대박… 이번엔 초대박?”




디지털 캐릭터 ‘링링’의 스케치 앞에 선 김용화 감독은 “이번 영화는 전작들보다 10배는 머리를 써야 한다. 폭탄을 둘러메고 매 순간 화염을 피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제작의 순간순간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싸이의 ‘강남 스타일’과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한국 문화의 위상을 드높였던 지난해. 국내서도 한국영화 관객이 처음 1억 명을 돌파했고, 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150만 권이 넘게 팔렸다. 올해도 강호의 고수들이 문화계를 호령하기 위해 ‘칼’을 갈고 있다. 그들의 새해 출사표를 들어본다. 》
‘흥행 타율’ 10할의 강타자가 대기타석에 있다. 이 선수는 데뷔작 ‘오! 브라더스’(315만 명)로 단타, ‘미녀는 괴로워’(662만 명)로 2루타, ‘국가대표’(849만 명)로 3루타를 쳤다. 내놓는 영화마다 흥행 대박. 이제 그는 풀스윙으로 ‘홈런’을 노리고 있다. 올여름 그가 선보일 ‘미스터 고’는 순제작비 225억 원을 투입하는 국내 최초 ‘온전한 3차원’(full 3D) 영화다. 허영만 화백의 ‘제7구단’이 원작인 이 영화는 컴퓨터그래픽(CG)으로 빚어낸 고릴라 ‘링링’이 프로야구 스타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용화 감독(42)이다.

‘미스터 고’는 지난해 9월 실사 촬영을 마치고 CG를 결합하는 후반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경기 파주시의 제작사 덱스터필름에서 김 감독과 마주 앉았다. ‘미녀는 괴로워’ 이후 4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영화는 60∼70% 정도 완성됐어요. 전체 2000컷 중 95%가 CG 작업입니다. 아시아에서 디지털 작업 비중이 이렇게 높은 영화는 처음입니다.”

4년 전 영화를 구상한 그는 “눈앞이 캄캄했다”고 했다. “‘킹콩’ ‘반지의 제왕’을 만든 뉴질랜드 웨타스튜디오에 CG 작업을 요청했어요. 최소 비용이 400억∼500억 원이라고 하더군요.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불가능했어요.”

그는 영화를 위해 2010년 덱스터필름을 설립했다. 애니메이터 등 직원 170여 명이 링링을 창조하기 위해 매달리고 있다. “연출이나 하던 사람이 이게 웬 고생이냐 싶어요. 하지만 원작의 매력이 워낙 대단했어요. 인간은 지구에서 다른 동물을 인정하지 않는 유일한 존재예요. 현실에 만족할 줄 모르는 유전자를 가진 불쌍한 동물(인간)을 고릴라가 달래줄 겁니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이나 ‘킹콩’의 주인공은 모두 의인화된 유인원 캐릭터. 하지만 링링은 ‘동물스러움’을 강조했다고 그는 밝혔다. “나이는 45세 정도, 사람으로 치면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라고 할까요. 무조건 영웅화하지는 않을 겁니다. 현대 관객은 ‘오글거리는’ 슈퍼히어로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의 전작들은 코미디가 두드러지지만 깊은 페이소스가 깔려있다. 한참 웃다보면 가슴 한쪽이 아리다. “감동은 기쁨과 고통이 맞닿아 있는 데서 나온다고 봐요. 제 영화는 항상 고통을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번 영화도 그럴 겁니다.” 이런 정서는 그의 개인사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20대에 부모를 모두 여의었다. 병간호를 위해 대학(중앙대 연극영화과)을 7년간 휴학했다.

‘미스터 고’는 중국 유수의 미디어그룹 화이브러더스가 500만 달러(약 53억 원)를 투자했다. 링링의 매니저 ‘웨이웨이’ 역에는 중국 소녀 배우 쉬자오(徐嬌)를 캐스팅했다. “중국 시장을 염두에 뒀어요. ‘미녀는 괴로워’가 중국에서 1억 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했다고 들었습니다. 중국 관객이 제 영화를 좋아해요. 로컬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가는 영화가 될 겁니다.” 그는 리메이크 판권을 구입하고 싶다는 해외 영화사가 여럿 있다고도 했다.

올여름 ‘미스터 고’는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만만치 않은 상대가 있다. 제작비 450억 원 이상을 투입하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같은 시기에 개봉할 예정이다. “(봉)준호 형이 저를 피해야 할 겁니다. 하하. 성격이 다른 영화라 걱정은 안 해요. 봉 감독에게 ‘링링의 털을 세세하게 표현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했더니, ‘첫 장면에서 털을 싹 밀어버려라’고 하더군요. 신경전이 만만치 않아요.”

할리우드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와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도 상반기 개봉한다. “저에게도 워너브러더스가 연출을 제의했지만 거절했어요. 영화는 정서적 체험의 매체예요. 미국에서 제 정서를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할리우드 시스템은 감독의 역할이 제한적입니다. 국내서 만들어 세계에 진출하면 그게 세계화 아닐까요?”

‘미스터 고’ 다음으로 액션 스릴러 등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에게 “영화는 뭐냐”고 물었다. “위로죠. 나도 관객도 위로 받는 작품을 선보일 겁니다. 코믹한 순간에 비극이 찾아오고, 비극의 순간이 코미디가 되는 게 인생입니다. 영화도 그렇죠.”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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