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가 후자 등 4명 수감된 류샤오보 집 진입가택연금 류 부인 만나고 유튜브에 동영상 올려
도청당할라… 류샤씨, 방문객과 귓속말 지난해 12월 28일 후자 씨 등 인권운동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가택 연금’ 중인 류샤 씨를 찾았을 때 류 씨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오른쪽 사진). 류 씨가 대화 도청을 우려해 방문자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어 중국 당국의 감시가 얼마나 삼엄한지를 보여준다. 사진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1일 홍콩 언론에 따르면 인권운동가 후자(胡佳) 씨 등 4명은 류샤오보의 57세 생일인 지난해 12월 28일 베이징(北京) 하이뎬(海淀) 구 위위안탄(玉淵潭) 공원 부근의 아파트에 ‘사실상 가택연금’되어 있는 부인 류샤(劉霞) 씨를 만난 뒤 사흘 후인 31일 4분 분량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후 씨 일행이 류 씨의 아파트에 접근하자 공안요원은 “누구를 찾느냐”고 물었다. 후 씨가 “류샤를 만나러 왔다”고 하자 공안은 “안 된다. 그건 불가능하다”고 저지했다. 그러자 후 씨 등은 “네가 누군데 안 된다고 하느냐”며 공안을 밀치고 아파트로 진입했다.
류샤 씨는 갑자기 방문한 후 씨 등을 보고 매우 놀란 모습으로 “돌아가시라. 그들(공안)이 오면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류 씨는 집 주변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에 자신의 말이 녹음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 말을 귀에 대고 속삭였다. 방문객을 맞은 류 씨의 눈에는 눈물이 고인 모습이 포착돼 외부인을 만난 기쁨과 고립 생활에서 오는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보여줬다.
류 씨의 자택을 찾은 활동가는 후 씨와 쉬유위(徐友漁)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 하오젠(학建) 베이징영화학원 교수, 반체제 작가 류디(劉荻) 씨 등이다. 류디 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류샤오보가 주도한 ‘08헌장’에 서명한 인사들이다. 류샤오보가 주도한 08헌장은 2008년 공산당의 일당 지배를 비판하고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요구했다.
류샤 씨는 류샤오보가 2010년 10월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부터 집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또 인터넷과 전화도 끊긴 상태에서 한 달에 한 번 남편을 면회하고 시장을 보거나 부모를 만나는 것 외에 모든 외부 활동이 제한돼 있다.
류샤 씨를 만나고 나온 후 씨 일행은 공안에 잠시 억류됐지만 곧 풀려났다. 이번 사건은 중국 반체제 인사들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당국에 저항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이후 다소 이완된 사회 분위기에서 활동가들의 영역이 다소 넓어졌을 뿐 아니라 최근 관료들의 부패상이 연일 폭로되면서 지도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