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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일주일짜리 의원’이 월 120만 원 평생연금 받아서야

입력 | 2013-01-03 03:00:00


국회가 2013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월 120만 원씩 지급하는 의원연금 예산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작년 4월 총선 이래 여야는 “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다투어 약속했고, 여야 대선후보들은 정치쇄신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루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도 평생을 주는 의원연금 제도는 새 정치를 위한 개혁 대상 1호였다.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표가 급해 ‘특권 내려놓기’를 외치긴 했지만 속으로는 개혁 의지가 조금도 없었던 것이다.

국회의원의 특권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1억5000만 원의 연봉에 사무실, 차량, 9명의 보좌진을 제공받고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누리고 있다. 우리 사회의 ‘1% 특권층’도 넘볼 수 없는 특권을 즐기는 데다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과 별도로 평생 의원연금까지 받는 것은 특혜 중의 특혜가 아닐 수 없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중에는 임기가 만료되기 직전에 다음 순번의 후보에게 의원연금 혜택을 주기 위해 사퇴하는 사람도 있었다.

국민이 월 120만 원의 연금을 받으려면 월 30만 원씩 30년 동안 꼬박 불입해야 한다.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6·25전쟁 참전 유공자에게 지급하는 연금은 월 15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국회의원들은 단돈 1원도 내지 않고 매월 120만 원씩 챙겨간다. 재산과 소득의 많고 적음도 따지지 않고, 비리 혐의로 처벌을 받아도 형 집행이 끝났거나 면제되면 연금을 받는다. 신고 재산이 2조227억 원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월 120만 원의 의원연금까지 챙긴다면 납득할 국민이 있을까.

현재 의원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은 819명이다. 생활이 곤란한 고령의 전직 의원은 예우할 필요가 있다. 엄격한 기준을 세워 지급 대상을 선별해야 한다. 이미 여야는 의원 재직 기간이 1년 미만(새누리당), 또는 4년 미만(민주통합당)이거나 소득이 일정 기준 이상이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다.

일본 국회는 2006년 국회의원 부조연금(의원연금)을 폐지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의 하원 등은 급여의 일부를 떼어내 노후에 받는 실질적인 연금을 운영하고 있다. 저명 가수 출신으로 유럽의회 의원을 지낸 나나 무스쿠리는 조국 그리스가 재정위기로 어려움을 겪자 유럽의회 의원연금 전액을 조국에 바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