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지난해 런던 패럴림픽 현장에서 만난 조세현 사진작가의 말이다. 그는 이 대회 공식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그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스포츠 현장에 응당 있어야 할 게 승리를 향한 몸짓과 치열한 경쟁이라는 데 동의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 며칠 전에 만났던 나경원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얘기가 떠올랐다. “스페셜올림픽에서 승패나 순위는 의미가 없다. 달리던 선수가 골인 직전에 멈춰 뒤에 오는 선수들을 기다리는 모습은 얼마나 감동적인가”라는 말이었다.
같은 장애인 경기지만 패럴림픽과 달리 스페셜올림픽에 치열한 경쟁은 없다. 만 8세 이상으로 8주 이상 훈련받은 지적장애인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이 대회는 한 종목도 몇 개의 조로 나누어 경기를 하기에 금메달이 여러 개 나온다.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모두 리본을 달아준다. 경쟁 없는 스포츠가 재미는 있을까. 올림픽이나 패럴림픽을 떠올리면 그렇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인생이 재미로만 사는 것인가.
장애인이 많은(많이 보이는) 도시가 좋은 도시다. 차별과 편견의 시선이 없기에 장애인들이 숨어 있지 않고 당당히 세상 속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장애인이 아니니 그런 이벤트에 관심이 없다고? 성급한 판단이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소아마비 같은 장애는 보기 힘들지만 출산 전 검사로도 확인하기 힘든 지적장애인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일종의 보험이다.
나 위원장은 이런 말도 했다. “장애인이 지나가면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두 번 쳐다본다. 똑같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하면 비장애인을 대하듯 한 번만 쳐다보게 될 것이다.”
제10회 평창 겨울 스페셜올림픽이 대한민국 평창에서 29일 막을 올린다. 120여 개국 33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렇게 많은 지적장애인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어디 있으랴. 1등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가르침을 얻고, 장애인 중에서도 약자라는 지적장애인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이벤트. 그 대회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