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방 균형발전 없인 선진국 문턱 못넘어”
김범일 대구시장은 동아일보·채널A와의 공동인터뷰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선진국에서 멀어진다”고 지적했다. 김 시장은 국가정체성을 분명하게해 국민이 안심하도록 만드는 것도 새 정부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구시 제공
김범일 대구시장은 2012년 12월 28일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채널A 공동인터뷰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이렇게 크면 절대로 선진국이 될 수 없다”며 “수도권은 갈수록 과밀화되고 비수도권은 점점 퇴보하면 과연 국가경쟁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는 권순활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과 박성원 동아일보 정치부장이 진행했다.
―대구는 박근혜 당선인의 정치적 고향인데….
―투표율과 득표율이 모두 80%로 높았는데 지역주의 아닌가.
“당선인의 고향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높은 게 아니라고 본다. 지역주의는 점점 완화되고 있다. 4월 총선 때 김부겸 민주당 후보와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대구와 광주에서 출마해 40%가량 득표하지 않았나. 이번 대선에 대구시민들이 당선인에게 높은 지지를 보인 이유는 국가정체성에 큰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는 자유민주주의적 법치주의 토대 위에서 건강한 주장을 펼쳐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야권은 그런 범위를 이탈해 국민에게 불안감을 심어줬다고 본다. 대구시민들은 당선인을 통해 국가정체성을 지키려고 한 것이지 지역연고에 따른 몰표라고 보기 어렵다.”
―당선인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중요하고도 어려운 5년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국가정체성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이 불안해한다. 동시에 경제 성장이 안 되면 국정도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대표적인 게 복지 분야다. 복지 확대는 찬성하지만 재원이 마련돼야 복지도 가능하다. 경제 성장이 디딤돌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
“오히려 억울하다. 이명박 정부 동안 대구에 제대로 된 국책사업 하나 없었다. TK 출신이 정부나 청와대 인사에 포함되면 TK가 다 해먹는다, 독식이다 하면서 난리가 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1500만 원 선으로 20년째 시도 가운데 꼴찌다. 이런 실정인데 또 TK, TK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거의 구조화됐다. 수도권과 중앙정부가 지방 실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사람과 돈, 정보, 생산 등 거의 모든 게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건 99억 가진 사람이 1억을 더해 100억을 채우려는 욕심이나 마찬가지다. 수도권은 소프트웨어 산업 중심으로, 지방은 제조업 중심으로 만드는 큰 틀을 짜야 한다. 지방의 제조업을 위해서도 국제공항 같은 기반을 만들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이런 기반이 없으니 기업도 지방을 꺼리지 않나. 다행히도 당선인이 지방 사정을 잘 알아 새로운 지방정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큰 갈등을 겪었던 신공항이 새 정부에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팔공산 자락에 있는 K2 공군기지 이전은 어떻게 되고 있나.
“대구는 시가지 면적의 12%가 군 공항과 부대 등 군사 시설이고 면적의 30%가 고도제한에 걸려 있다. 그동안 시민들이 국방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인내해왔지만 K2 공군기지 소음피해는 더이상 견딜 수 없는 수준이다. 개발계획도 세우지 못한다. 아무리 애국심 높은 대구시민이라도 더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 회장이 K2 공항을 통해 대구에 두 번 왔는데 영접을 하면서 비행기 소음 때문에 대구에 투자해달라는 이야기를 못할 정도였다. 대체용지 확보와 이전 비용 등 난관이 있지만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으므로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대구 지역 경제 전망은….
“대구 제조업의 상징인 섬유산업이 살아나고 있다. 첨단산업으로 진화 중이다. 자동차용 섬유 등 고급섬유로 도약이 한창이다. 패션산업과 연결해 대구 경제를 이끌 것이다. 첨단의료복합산업단지와 테크노폴리스 같은 주력 산업단지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10월에는 대구에서 에너지 올림픽인 세계에너지총회(WEC)가, 2015년에는 물 올림픽인 세계물포럼(WWF)이 열린다. 국가적인 행사여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인 만큼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김범일 대구시장 인터뷰 내용은 3일 오전 8시 10분 채널A에서 방영됩니다.